원만한 진행…정착 단계 진입

남북한 이산가족 570여 명이 27~28일 제4차 이산가족 화상상봉에 참여해 반세기 동안 가슴속에 묻어 뒀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이산가족들은 2시간 동안 화상시스템을 통해 가족들의 얼굴을 보면서 회한과 그리움의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생사확인을 비롯 자녀교육, 건강관리 등을 이야기하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4차례 상봉행사를 통해 차분한 대화 분위기와 주최측의 원만한 행사진행, 오류 없는 화상시스템 작동 등에 대해 높은 점수가 매겨져 화상상봉이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화상상봉에 참여한 남측의 상봉자 40명 가운데 34명이 90세 이상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대면상봉과 별도로 화상상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성숙해진 상봉 문화 = 화상상봉 행사가 4차례 개최되면서 무엇보다 이산가족들의 대화 형태가 성숙해졌다는 평가다.

이번 화상상봉에서도 북측 이산가족들은 체제 우월성과 외세배격, 조국통일 등을 주장했으나 남측 가족들이 대화소재를 바꾸는 등 자연스럽게 대화 흐름을 이어가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첫날 북측의 김모(71)씨의 경우 김씨가 상봉이 시작되자 “남에서 (북으로) 왔지만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잘 살았어”라며 “5남매를 탁아소, 유치원, 인민학교, 대학에 보내며 교육도 잘 시켰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특히 김씨의 북녘 아내는 “대원수님(김일성 주석) 탄생일에는 선물을 많이 받는데 이것을 남에 있는 가족들이 함께 하지 못해 늘 안타까웠다”며 거들었다.

이에 남측의 가족은 다소 ‘황당하다’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대응하지 않았다.

또 북측의 최모(73)씨는 “돈이 있으면 돈으로, 힘이 있으면 힘으로, 지식이 있으면 지식으로 애국을 해야 한다”면서 “너희들은 돈이 많은 것 같은데 돈을 바쳐 통일이 하루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고 황당한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남측의 가족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은 채 북의 가족 현황을 물으며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 정례화 발판 마련 = 지난해 8월 시범상봉을 포함 7개월 동안 4차례 화상상봉이 성공적으로 치러져 향후 정례화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남북은 특히 21~23일 금강산에서 개최된 제7차 남북적십자회담을 통해 올해 6.15와 8.15를 계기로 화상상봉을 추가로 실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1년 동안 모두 6차례 화상상봉이 치러지는 셈이다.

당초 남측이 적십자회담에서 화상상봉을 매월 2차례 개최할 것을 제안했으나 북측이 난색을 표명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화상상봉을 도입한 1년 동안 2개월에 한 번 꼴로 화상상봉 행사를 개최하게 돼 고령화 추세로 이동하기가 불편한 이산가족들에게 새로운 상봉의 형태로 자리잡게 됐다는 지적이다.

한적측은 향후 다양한 접촉을 통해 내년 7월로 예정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준공을 계기로 대면상봉과 화상상봉 횟수와 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을 제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27일 행사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적과 KT측에 “북측에서는 평양에서만 하고 있는데 상봉장을 함흥이나 청진 쪽에도 설치하는 방안을 북측과 협의해 보았느냐”며 북측 지역 내 상봉장 확대방안에도 관심을 보였다.

◇ 北개발 프로그램 ‘호평’ = 북한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전화연결 프로그램이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에서 원활한 진행을 이끌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남북은 지난해 8월 이후 실시된 화상상봉 행사에서 북한 조선컴퓨터센터가 만든 ‘화상상봉 프로그람(프로그램) 봉사기(서버)’를 적극 활용했다.

지난해 6월 방북한 정동영 전(前)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에서 화상상봉에 대해 합의하자, 조선컴퓨터센터 연구진이 한 달 만에 봉사기를 개발해냈다고 한다.

당초 남북은 미국 P사의 전화연결 프로그램을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북한이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 이를 수용했다.

북한의 프로그램은 남북 간 회의용 단말기를 연결하는 기능을 비롯 채팅, 파일전송 등을 지원하며 남북은 이중 파일전송 기능을 이용해 23일 이산가족 사진 900여 매를 교환했다.

한적 관계자는 “처음에는 다소 망설여졌지만 북한의 프로그램을 사용한 결과 무난하게 행사가 치러 졌다”면서 “향후에도 북한의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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