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연, 김정은 어떤 지시 받았나…”무모한 행동 안할 것”

정부는 14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 2차 접촉과 관련, “군사훈련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이 방해를 받거나, 이산가족 상봉 때문에 훈련에 지장이 빚어지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우리 측 입장”이라고 밝혔다. 남북은 12일 1차 접촉에서 입장차만 확인하고 종료한 바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산상봉이 무산돼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면서 “군사훈련은 훈련대로 한다. 군사훈련과 이산상봉 둘 다 양보할 수 없는 것인 만큼 두 사안 모두 관철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러한 원칙에 북한이 이번 2차 접촉에서 어떠한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1차 고위급 접촉에서 양측은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지만, 북측이 한미훈련을 이산가족 상봉 이후로 연기할 것을 일방 주장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산상봉 행사의 무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2차 접촉에서도 북한이 ‘선(先) 이산상봉 후(後) 한미훈련’을 고수하면 기존 합의가 깨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우리의 ‘이산상봉과 한미훈련 무관’이라는 원칙적 입장에 북측이 평양의 ‘지시’를 받고 오겠다고 했고 12시간 만에 우리 측에 다시 만나자고 제의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2차 접촉에서 진전된 합의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측 수석대표인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김정은의 지시를 받고 기존과 다른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하고, 북한 선전매체가 연일 대남평화 공세를 펴왔던 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강변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주장을 고수해, 무산시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장성택 처형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회복을 통한 돌파구 마련을 위해서라도 작년 추석 전후 상봉행사 때와 같이 ‘무모한 행동’을 보이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데일리NK에 “향후 몇차례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릴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이 무모한 행동을 하기 보다는 상봉행사 시기를 놓고 우리 정부를 애타게 하면서 며칠 앞두고 합의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외적으로 ‘우리의 통근 결심으로 이산상봉 행사가 진행됐다’는 것을 선전하는 효과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년 동안 우리 정부의 원칙을 확인한 김정은이 자신의 ‘관계 개선’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이산가족과 한미연합을 연계시키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자존심 때문에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측이 이산가족 행사와 한미연합훈련이 겹치는 기간에 일방 무산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산상봉 행사는 1차(20~23일), 2차(23~25일)로 나눠 진행된다. 24일부터 시작되는 키 리졸브와 마지막 이틀이 겹친다. 상봉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북측이 2차 때 연합훈련을 핑계로 행사를 도중에 취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반쪽’ 상봉행사가 될 수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13일 “현재로서는 (이틀이) 겹치기 때문에 그런(북측의 상봉행사 중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정부로서는 이산상봉이 작년에 합의돼 추진돼온 사항이고 더 이상 연기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