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한미 첫 전략대화 무엇 논의하나?

북한의 달러위조 혐의로 촉발된 북미간 대치가 좀처럼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달 중순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가 처음으로 열릴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이 전략대화는 한미동맹의 미래와 동북아 국가들과의 관계정립 등을 포함해 한반도와 그 주변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큰 그림을 논의하자는 게 그 취지이나 북핵문제의 시급성을 감안하면 북핵 6자회담 재개 논의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 위조 공방에도 불구하고 북미 양측이 모두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이 장관급 전략대화를 통해 현재의 북핵 교착상태를 푸는 고리를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특히 위조달러 유통.제조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 규명후 국제규범에 따라 처리한다’는 우리의 입장이 미국내 일각에서 북한을 옹호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과 관련, 시각차를 조율하는 기회로도 삼을 생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가능하면 전략대화 이전에 제5차 2단계 6자회담이 개최될 수 있도록 외교 노력을 집중하고 있으나, 그렇지는 못해도 한미 전략대화를 통해 추가적인 상황악화를 방지하는 한편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 장관급 전략대화의 의미 = 동맹.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 협의체로 불리는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strategic dialogue)는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과 동북아 안보환경에 대한 중장기적 전망을 공유하는 협의체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 외에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와 장관급 전략대화를 갖고 있다.

작년 8월 미국과 중국간에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과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상무 부부장간 대화채널이 열렸지만 동맹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략대화라는 용어 대신 고위급 대화로 불린다.

장관급 전략대화는 정례적인 대화의 틀로 우리측의 외교장관과 미측의 국무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한다는 점에서 한미 양국간 현안이 깊이있고 밀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우리측에서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측에서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각각 참석하게 된다.

장관급 전략대화가 출범하면 여기에서 협의 또는 합의된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이행하기 위한 차관급 협의체와 그 아래급의 대화채널이 생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양국은 한미안보정책구상(SPI)을 통해 한미동맹 관련 현안을 다뤄왔지만 수석대표가 우리측의 국방부 정책실장 또는 외교부 북미국장, 미측은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에 그쳐 논의 수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첫 만남 뭘 논의할까 = 현재로선 구체적인 의제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첫 자리라는 점에서 양국간 현안이 두루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4일 “한미동맹을 정치, 외교 뿐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적 협력을 강화하는 포괄적이면서 역동적인 호혜적 동맹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미래의 바람직한 동맹관계 구축에 포커스가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재작년 양국간 합의로 후속작업이 진행되는 주한미군 기지이전 마무리 작업과 주한 미대사관 이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및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양국간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 일본과 중국의 패권다툼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 등 동북아 갈등요인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강행과 일본의 지나친 대미 편향과 아시아 무시 외교로 현재 한일, 중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돼 있는 점을 감안해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도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해 9월 제4차 6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을 정한 공동성명 채택 이후 그 이행방안 논의가 달러 위조 혐의로 촉발된 대북 금융제재 공방으로 인해 사실상 ‘정지’ 상태에 처한 만큼 북핵문제 해결의 실절적인 진전 방안이 집중적으로 협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 북핵해결 돌파구 마련될까 =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를 앞두고 정부 당국자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달러위조 혐의로 촉발된 대북 금융제재를 두고 북미간 대치의 농도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자칫 첫 전략대화의 자리가 대북 압박의 자리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장관급 전략대화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진전 방안을 찾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미 행정부는 불법행위는 명백히 6자회담과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북한의 달러 위조를 확신하고 갈수록 사법처리 의지를 분명하고 강하게 하고 있어 현재로선 미 행정부의 태도변화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긍정적인 면도 없지는 않아 보인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고 있지만 대북 정책과 관련, 최근 미 행정부 내에서 북핵문제와 북미 관계정상화 등의 현안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아 해결하자는 이른바 ‘폭넓은 접근’(Broad concept)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단은 금물이나 북미간 관계정상화의 전제조건인 위폐, 인권, 미사일 등의 현안이 핵문제 해결과 맞물려 해결 방안이 모색될 경우 달러 위조 혐의 공방으로 교착된 북핵 6자회담 구도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교수는 “미국도 북한의 불법행위를 법집행 차원에서 단죄하고는 있지만 이 문제로 인해 6자회담 좌초의 장본인이 되는 상황은 꺼릴 것”이라며 “따라서 전략대화에서 우리측은 북핵문제 해결이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보다 상위에 있는 이슈임을 강조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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