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北 미사일 준비 동향 촉각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기감이 고조된 주말 워싱턴의 미 정부 관계자들과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북한의 동향에 촉각을 세운 채 휴일을 잊었다.

또 이태식(李泰植) 주미대사가 17일 한미재계회의 참석을 위해 부인과 함께 일시 귀국길에 올라 주목됐다.

대사관 관계자는 “이 대사의 한미재계회의 참석 일정은 오래전에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점상, 특히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다면 이 대사가 한국에 체류중인 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대사의 이번 일시귀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대응책 관련 미국측 입장을 정부에 전하고 협의하는 기회도 겸하게 될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의 미사일발사 준비 동향은 연료를 이미 주입했을 수도 있다는 단계까지 진행됐고, 일본 산케이(産經) 신문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18일 오후 2시 국기 게양과저녁 대(對)국민 메시지 청취’ 지시를 북한의 심상치 않은 동향중 하나로 보도하기도 했다.

6.15 행사 참석 북한 관계자들이 미사일 발사 계획을 부인했으나, 미국에선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北, 새판짜기 장기 포석인가 =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미국을 압박하더라도, 조시 부시 행정부의 속성과 그동안의 궤적을 보면, 북한의 미사일 카드에 상응하는큰 양보를 하는 등의 대북 정책이나 태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데 관측이 일치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다면, 좀더 장기적인 측면에서 6자회담의 판을 걷고 새 판을 짜려는 의도일 수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부시 행정부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으니 앞으로 상대하지 않고 다음 정권을 보겠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차기 정권을 공화당이 유지하든, 민주당이 장악하든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쓸 것으로 기대하거나, 그렇게 하도록 강요하기 위한 선제 카드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 미국 민주당은 2004년 대선 때부터 미국이 최종계산서를 갖고 북한과 포괄적인 사안들에 대해 양자담판식 해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힐러리 클린턴, 칼 레빈 두 민주당 상원의원이 16일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6자회담을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고위급 대통령 특사를 임명할 것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화당 내에서도 리처드 루가 상원 외교위원장이 북한관계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고, 리사 머코스키 외교위 아태소위원장은 공개연설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현 대북 접근법의 전환을 촉구하는 등 다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 의원은 6자회담 “틀내”라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양자적 개입 정책을 주문한 면에선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美, 요격할까 =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이 ‘자위를 위한 준비 조치’를 언급한 이후 미국이 동해에 배치된 이지스함의 SM-3 미사일 등으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가능성이 부쩍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의 기술 수준에 대해 그동안 미국내에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외교소식통들은 의문을 달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의 실제 미사일 발사 여부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요격 여부도 군사 기술 측면보다는 요격시 정치적 고려 요인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도발” 행위라고 이미 규정했다. 사후 미국의 조치는 동북아 지역 안정을 해치는 도발행위를 부각시켜 제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인데, 미국의 요격은 사태전개의 초점을 흐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요격은 성패에 관계없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주장과 겹쳐 도발 논란을 난전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궤도를 이탈하는 등 잘못돼 커다란 인명피해 등이 예상될 경우는 당연히 보호차원에서 요격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능성이 아주 작다고 본다”고 말했다.

◇美 대응은 =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 부시 행정부가 강경 일변도로 나아가며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추진할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미 언론에 인용되는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들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싫어하는 모든 일을 미국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에 대한 조치 이래 북한을 다루는 보도(寶刀)가 된 금융제재 망이 더욱 넓고 단단하게 쳐질 것은 물론이다.

미사일 부품과 기술 확산 방지 명목의 확산방지구상(PSI)과 북한에서 나오는 컨테이너 화물을 검색하는 컨테이너보안구상(CSI) 등의 강화도 예상 목록에 들어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문제는 거론조차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개성공단 사업을 비롯한 한국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 전반에 대한 중단.감축 압박이 강화될 것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중국의 ‘정직한 중개인’ 역할에 대한 미국내 회의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중국의 대북 지원에 대한 미 정부와 의회의 압박도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안보리 제재의 경우, 국제법적으로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제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견해도 있지만, 국제정치 논리가 국제법에만 따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독자적 지렛대가 없기 때문에 미국의 선택안은 매우 제한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몬테레이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CNS)의 대니얼 핑크스턴 동아시아국장은 “미국에 남아있는 대북 제재책은 별로 없기 때문에 일본과 함께 MD를 강화하는 게 유일한 옵션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과 상대하기를 거부하고 고립화 정책을 계속 써왔기 때문에 대북 제재도 미국 자체 수단은 남은 게 없고, 중국과 한국 등에 ‘외주(outsourcing)’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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