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 對北협상파 입김세졌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결론난 작년 11월 미 중간선거 이후 미국 정치권의 새판짜기가 일단락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대북협상파들의 입지가 확고해졌음이 확인되고 있다.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결정과정에서 강경파들의 입김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대신 협상파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으며,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도 한반도 관련 주요포스트에 대화를 통한 북핵사태의 해결을 주장하는 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다.

<행정부>
◇대북(對北)협상파 전면에 = 중간선거 패배 이후 이라크 정책을 비롯해 각종 정책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내에선 전체적으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 퇴조하면서 대북협상파들이 전면에 나서 정책을 주도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지난 1월 중순 북한과 미국의 베를린회담.

그동안 미국은 북한과 6자회담의 틀안에서만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6자회담 이후 처음으로 융통성을 발휘, 북한과 단독으로 대좌하는 큰 정책적 변화를 보였다. 또 당시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에게 6자회담 재개의 가장 큰 걸림돌로 돼 왔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문제 해결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내달 8일부터 베이징에서 6자회담이 재개되는 것은 물론 워싱턴 정가에선 9.19 공동성명 이행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 초기 대북특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소장은 지난 달 31일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베를린회담은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직접 승인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대북정책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진 딕 체니 부통령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 것.

이미 미 행정부내에선 네오콘의 대부격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작년 11월 이라크 정책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을 비롯해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와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비확산담당차관도 사퇴하는 등 대북강경파들의 퇴조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백악관 = 그동안 체니 부통령이 주도해온 북한문제를 부시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나섰다는 관측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실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게 가장 큰 변화다.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을 정점으로 중앙정보국(CIA)출신의 중국통인 데니스 와일더 동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한국계인 빅터차 보좌관이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떠받치고 있다.

◇국방부 = 럼즈펠드가 떠난 국방부에서도 북핵 외교적 해법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추진해온 주한미군 철수 및 재배치 계획, 전시작전권 이양은 당초 합의된 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994년 1차 북핵위기 때 북핵시설 공격론을 주장했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북핵문제를 군사적 공격이 아니라 외교로 풀어야 한다고 분명하게 밝히며 대북협상론에 힘을 실어줬다.

국방부에서 한반도 정책의 핵심부서는 아시아태평양국으로, 최근 승진한 리처드 롤리스 차관보가 총괄하고 있고 CIA 출신인 제임스 신 조지타운대 조교수가 신설된 수석부차관보에 임명돼 롤리스 차관보를 돕고 있으며 그 밑의 존 힐 부차관보가 동아시아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 담당조직도 최근 데스크에서 과(課)로 승급됐고, 9년동안 한국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마이크 피네건 중령이 과장에 임명됐다.

◇국무부 = 공석이었던 부장관직에 외교관 출신인 존 네그로폰테 국가정보국장이 최근 지명돼 상원 인사청문회를 거쳤으며 공식 임명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선 네그로폰테가 각료급에서 부장관으로 직급을 낮춰 지명됐다는 점에서 라이스 장관과 업무를 나눠 북핵을 비롯해 한반도 문제를 네그로폰테가 전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니컬러스 번즈 정무 차관 밑에 있는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차관보는 현재 북핵문제 등 한반도 문제를 총괄하고 있으며 최근 네오콘 세력이 퇴조하면서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의 돈독한 신임하에 `외풍’에 시달리지 않고 명실상부한 협상대표로서 전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과는 북한업무까지 관장하는 관계로 아태국 중 최대규모(상근직원 18명)이며 한국계가 대거 포진해 있다. 주한미대사관에 근무 경력이 있는 성 김과 유리 김이 각각 과장과 북한 담당관을 맡고 있다.

최근엔 한국계 밸비나 황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이 힐 차관보 선임특별보좌관으로 임명돼 활동중이다.

<의회>
◇북미 직접 대화 목소리 커질 듯 =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함에 따라 미 의회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상임위원장직을 독식했으며, 특히 한반도 관련 주요포스트에는 북한과 미국의 직접대화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주로 자리에 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또 대체로 인권문제에 적극적이고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종군위안부 결의안 체결엔 `파란불’이 켜졌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상원 =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2008년 대선을 향해 뛰고 있는 조지프 바이든 의원(델라웨어주)는 작년 10월 북한 핵실험이후에도 “대북압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줄곧 북미 직접대화를 주장해왔다.

또 상원 군사위원장인 칼 레빈 의원(미시간주)은 지난 2005년 7월5일 `워싱턴포스트’에 힐러리 클린턴 의원과 공동으로 북미 직접대화와 고위급 대북정책조정관 임명을 주장하는 기고문을 실었고, 북한 핵실험 이후에도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 틀 밖에서 북한과 대화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미국의 자동차 산업중심지인 미시간 출신인 그는 상원 자동차 의원모임의 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인물로 작년 12월 4일 동생인 샌더 레빈 하원 무역소위 위원장과 함께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시장 개방 문제에 대해 만족스런 해법을 내놓지 않으면 FTA를 반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원 재무위원장인 맥스 보커스 의원은 한미 FTA에서 쇠고기 등 목축업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인물로, 작년 12월 5차 FTA 협상을 자신의 지역구인 몬태나주에서 열도록 했다.

그는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미 무역구제법 충실 반영, 자동자 시장 진입장벽 완전 제거 등을 한미 FTA에 반영해야 한다는 완고한 입장이다.

◇하원 = 톰 랜토스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인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북한 인권문제 및 종군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이에 따라 최근 다시 발의된 종군위안부 결의안이 국제관계위를 통과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는 작년 10월 힐 차관보에게 북미간 의견교환을 활성화하고 상호신뢰감을 키우기 위해 직접 북한을 방문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한반도 관련 의회에서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관계위 산하의 아태소위 위원장을 맡은 팔레오마배가 의원은 미국령 사모아 출신이다.

그는 작년 12월 미 연방의원으론 처음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했으며 개성공단 사업을 ‘남북한의 공동번영을 위한 장치’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북핵 6자회담을 지지하지만 북미간 직접 대화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며 북한의 미사일.핵문제를 다룰 때 “같은 민족인 남북한이 서로 교류하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제일 먼저 찬반투표를 거치게 될 하원 세입위원장을 맡은 찰스 랭걸 위원장은 한국전 참전용사로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을 지낸 지한파로 통하지만 FTA에 환경.노동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아이크 스켈턴 하원 군사위원장은 민주당내 대표적 안보통으로 20년 이상 군사위에서 활동해왔으며 북미간 직접 협상을 촉구해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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