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기간을 거치면서 미국은 북한 당국이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점을 확실히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신중을 기했던 ‘세컨더리 보이콧’의 전면 실행을 결정했습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개인을 북한과 동일하게 간주해서 제재한다는 것인데요, 지난 9월 19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지켜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며 북한의 군사 위협을 경고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후인 21일 북한의 금융망과 정상 거래까지 완전 차단한다는 내용을 담은 최고수위의 고강도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이런 제재가 실행되면 미국과의 거래 중단과 국제 금융망에서의 퇴출을 우려한 다른 나라들은 북한과의 거래를 끊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상의 대북 전면 봉쇄에 들어간 것입니다. 이에 덧붙여 미국 정부는 국제사회에 북한과의 외교 관계도 단절하거나 축소시킬 것도 권고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런 제재 움직임에 국제사회는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8일 일선 은행들에 공문을 보내 북한과의 신규 거래를 중단하고 현재의 대출 규모도 줄일 것을 지시했고, 28일에는 중국 내 북한 기업들에 대해 120일 내에 폐쇄하라는 통보까지 내렸습니다. 한편, 남미의 멕시코와 칠레, 유럽의 스페인 같은 나라들은 자국에 주재하는 북한 대사를 추방했고, 중동 국가에서 유일하게 북한 대사관이 있는 쿠웨이트도 이달,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 대사를 추방하여 귀국시켰습니다.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었지만 지난 2월 김정남이 자국 공항에서 백주 대낮에 독살되는 사건을 경험한 후 북한과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된 말레이시아도 28일 북한의 계속되는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말레이시아인의 북한 방문을 금지시켰습니다.
미국의 대북 압박과 제재는 외교, 경제적인 차원에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미국은 최근에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공공연히 밝히면서 모든 옵션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23일 밤에는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 두 대가 F-15C 전투기 여섯 대의 호위를 받으며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한 동해의 공해상을 세 시간이나 비행하다 돌아왔지만 북한군은 이를 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파괴하고도 남을 만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나 아직까지 군사 행동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는 애꿎은 북한 주민들이 대규모 피해를 입을까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계속해서 도발을 위협하고 국제사회를 불안케 한다면, 미국의 인내심은 곧 바닥날 것입니다. 미국의 제재에 중국까지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 당국의 핵개발이 분명히 잘못됐다는 점을 잘 말해주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선전하는 핵 무력은 친구들까지 모두 떠나게 만들고 고독한 운명을 맞게 만드는 치명적인 자살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