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로 물 길러 가는 마당에 강성국가 타령”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은 ‘강성 번영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연설했지만 정작 수도 평양에서도 수돗물도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주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고 북한내부소식통이 전해왔다.   


평양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태양절인 15일 아침에도 주민들은 수돗물을 공급 받지 못해 물을 길어 먹었다”면서 “어느 때에 가야 수돗물 덕을 보겠는가? 물 문제도 제대로 해결해 주지 못하는 데 강성번영이나 인민생활 개선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불만을 털어 놨다.


소식통은 “평양이 이 정도인데 지방 주민들은 어떻겠냐”면서 “그나마 공급 능력이 있는 공장·기업소 별로 찹쌀을 포함해 15가지 특별공급이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北, 김일성 생일에 “콩나물 공급하라” 지시 <데일리NK 2012년 4월 10일자 기사 보기>


모란봉 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이 소식통은 “중구역(평양시 중심지역)을 제외한 평양시 모든 구역 주민들은 물을 받기 위해 고층아파트에서 1층으로 내려와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기나 물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실정에 대동강에 엄청난 돈을 뿌려댔다”면서 전날 대동강변에서 진행된 축포놀이(축포야회)를 거론하며 당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아파트 거주자들은 민족 최대의 명절에도 양손에 20L 물통을 들고 10~20층까지 계단으로 올라야 하니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식량배급에서 우대를 받는 중앙기관 간부들도 수돗물 공급에서는 특혜가 없다. 새벽 5시부터 공동 수돗가에서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소식통은 고층 아파트가 아닌 단층에 거주하는 주민들 사정도 안좋긴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전기가 없으면 물 공급이 안되기 때문에 어느 구역에 물이 나온다고 하면 거리와 상관없이 물통을 들고 찾아가 물을 구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북한 수돗물 공급은 전력사정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수원지 양수시설이 전력 부족으로 가동되지 않으면 일반 가정에 식수 공급이 중단된다. 또한 시(市)수도기업소에서 각 구역에 물을 공급해도구역 양수 펌프가 가동되지 않으면 가정집에 수돗물을 공급하지 못한다. 


북한의 수돗물 공급 악화는 노후된 수도관에도 원인이 있다. 1.5m 땅 속에 설치된 상수도망은 수십 년 동안 방치해 둔 결과 관이 부식돼 막히거나 물이 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요즘 북한 주민들은 수돗물을 ‘자연수’라고 부른다. 전기와 상관 없이 지대가 높은 지역부터 자연스럽게 물이 흘러 내려 오기 때문에서 붙여진 명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