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물이 대피소였나요?”…정부 점검도 안해

북한의 ‘말폭탄’이 언제 화염으로 변할지 모르는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핵 선제타격’, ‘서울 불바다’ 등을 운운하며 협박에 나섰고, 이에 대해 우리 군은 만일 북한이 도발시 도발원점과 지원세력, 지휘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을 천명했다.


청와대는 북한 도발에 대해 연평도 포격 방식의 단발성 국지도발부터 수도권 및 주요지역 타격 등 고강도 도발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중심에서 40km 내외에 위치한 북한의 장사정포는 국민을 위협하고 있으며, 실제 발사될 경우 상당한 인명피해가 예상된다.


지난 2006년 이성구 전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합동참모본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한 시간 동안 장사정포로 수도권을 공격할 경우 피해면적은 191.2㎢에 달했고, 325만여 명이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미 군이 2004년 실시한 ‘워게임’ 시뮬레이션 결과, 전쟁 발발 24시간 이내에 수도권 시민과 국군, 주한미군을 포함한 사상자가 230여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1994년(150만 명)에 비해 1.5배 늘어난 수치로 서울과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공격으로 국민이 공포에 빠져 혼란 상황이 발생하면 피해는 더욱 커진다. 인명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비상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통해 일사불란한 대피와 올바른 행동요령 숙지가 필수적이지만, 정부는 ‘국민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외면하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국민의 행동요령 인식수준과 대피소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면서도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고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 을지연습과 충무훈련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군과 공무원 위주이고, 책자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튼튼안전 365 등)도 개발·배포하고 있지만 이를 아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정부가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 대피소 마련 및 대피 절차 마련에 미온적이면서 국민들은 정작 직장 주변의 대피소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피소가 있는 건물 관계자들도 해당 건물이 대피소로 지정된 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부가 대피소 관리책임을 민간에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민간 및 정부·지자체·공공단체 소유 지하시설물 4,065개를 대피시설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피소로 지정한 건물을 찾아갔을 때 관리자들은 해당 건물이 대피시설로 지정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청와대 인근에 있는 ○○은행 효자동 지점 건물은 비상 대피소로 지정돼 있지만 은행 관계자들은 대피소 위치조차 알지 못했다. 









▲서울시가 지정한 대피소. 서울시는 곳곳에 대피소를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관리자들은 해당 건물이 대피시설로 지정됐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데일리NK


‘대피소를 볼 수 있냐’는 요청에 한 대피시설 관리자는 “이곳이 대피소였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실태는 다른 지정시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대피시설 매뉴얼’을 통해 지정된 대피소를 소유자나 관리자가 점검할 것을 계도한다고 밝혔지만, 관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실제 종로구 한 시설을 점검해 본 결과 대피소 안내표지판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피소가 비치해야 할 ‘대시피설 점검일지’, ‘시설관리카드’, ‘주민 행동요령’ 등도 없었다. 


서울시 종로구 민방위팀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 이후 정부가 시설관리를 강화하자 건물주들의 대피시설 지정해제 문의가 빗발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민간 소유의 지하시설물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피시설 매뉴얼은 “건물주에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시설개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자체장의 권한범위 내의 지방세, 부담금 등 감면 및 전기요금 지원’을 거론했지만, 아직까지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