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 경종을 울린 캐나다의 ‘北인권의 날’ 지정

북한당국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되어 온 인권유린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개입이 해가 갈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유엔(UN)은 2004년 북한인권특별보고관(UN Special Rappoteur on NK Human Rights)을 처음으로 임명했으며, 최근에는 특별보고관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조사 기구인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mmission of Inquiry on NK Human Rights)도 설립했다. 2005년부터 UN총회에 상정된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국가가 매년 꾸준히 늘었을 뿐 아니라 2012년에는 북한인권결의안이 표결이 아닌 컨센서스(합의)로 통과되기도 하였다.


개별국가로는 미국과 일본이 각각 2004년과 2006년에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였고, 유럽연합(EU)도 북한인권결의안을 꾸준히 상정하고 관련 결의안을 제정하는 등 점점 더 많은 국제사회의 구성원들이 북한인권유린의 심각성을 깨닫고 관련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방점을 찍은 것이 바로 캐나다 정부의 ‘북한인권의 날’ 지정이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달 9월 28일을 ‘북한인권의 날’로 지정하고 매년 관련 행사를 진행키로 했다. 이에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지난달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캐나다에서 ‘북한인권의 날’ 기념 북한인권 국제회의를 주최하였다. 이번 국제회의에는 캐나다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장관으로 알려진 제이슨 케니(Jason Kenny, 복합문화장관 겸 고용/사회개발장관) 장관을 비롯한 크리스 알렉산더(Chris Alexander, 이민국 장관) 장관, 로미오 달라웨(Romeo Dallaire) 상원의원, 배리 데볼린(Barry Devolin, 국회부의장) 하원의원, 폴 디와르(Paul Dewar, 외무위원회 부위원장) 하원의원, 주디 스그로(Judy Sgro) 하원의원, 존 맥케이(John Mckay) 하원의원 등 다수의 정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는 캐나다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 해결에 얼마나 큰 관심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충분히 짐작게 한다.


특히 토론토 한인회관에서 이루어진 북한인권의 날 기념행사에 제이슨 케니 장관과 크리스 알렉산더 장관이 참석하여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함께 참석한 배리 데볼린 하원의원조차 한 행사에 장관이 2명이나 참석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북한인권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지대한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뿐만 아니라 캐나다의 대표적인 3당인 보수당, 자유당, 신민당의 의원들 역시 한 목소리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표명하였다. 지난 1일 캐나다 국회의사당에서 로미오 달라웨 상원의원, 배리 데볼린 하원의원, 폴 디와르 하원의원이 당을 초월하여 공동으로 북한인권 토론회를 공동주최하였는데, 이 또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필자 역시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사무총장으로서 참석하였고, 가장 잔혹한 인권침해의 현장인 북한정치범수용소에 대해 증언하였다.


이번 캐나다 방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여러 가지 정치 이슈들에 대해서는 극명하게 입장이 대립되는 3당의 의원들이 북한 인권에 대해서만큼은 한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었다. 어윈 커틀러(Irwin Cotler) 하원의원은 “북한의 대량 인권유린 상황은 R2P(보호책임)원칙을 적용해 국제사회가 개입해야 한다”며 매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으며, 前 유엔사령관인 로미오 달라웨 상원의원 역시 “북한에서 이뤄지는 대량학살이 앞으로 더 크게 일어날 수 있다”며 캐나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폴 디와르 의원 또한 북한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사법적 개입에 대해 언급하며 북한인권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캐나다 정치권의 북한인권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달리 한국에선 언제부터인가 북한인권법 제정은커녕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조차 어려운 정치 이슈화가 돼 버린 느낌이다. 특히 ‘북한인권’이라는 당위적이고 초이념적인 이슈가 보수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취급되는 것이 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때문에 ‘북한인권법 제정’ 역시 보수와 진보 진영의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벌써 몇 년째 제자리를 걷고 있다. 북한정권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대한민국만 뒷걸음질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역시 변해야 할 시기가 왔다. 국내에서는 종북좌파로 불리는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국외에서는 북한정권을 향한 UN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라는 보다 적극적인 북한인권 개선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다.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캐나다에서조차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흐름에 맞춰 대한민국 역시 몇 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 북한과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캐나다의 ‘북한인권의 날’ 지정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정치권은 경종이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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