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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과 관련해 일반인들이 갖는 두 가지 오해, 혹은 편견이 있다. 하나는, 김정일이 늘 여색(女色)과 술, 유흥에만 빠져 산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사생활이 난잡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정일의 최측근에 있다 망명한 사람들은 일관되게 “그는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고 말한다.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는 “독재통치술에 있어 김정일은 금메달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른 하나는, 김정일이 대단히 치밀하고 과학적이며 계산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면 그 뒤에 어떤 장기적인 포석이 숨겨져 있다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앞뒤를 재보아야 하겠지만 실제 북한의 행동은 대체로 즉흥적이다. 이는 김정일의 그런 성격에서 비롯된다. 오히려 남한에서 그런 즉흥적 판단과 행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뭔가 큰 의미라도 있는 듯 호들갑을 떨어왔다. 김정일은 그런 것을 즐기는 인물이다.
지난 몇 년간 핵, 인권, 외국인 납치, 위폐제조, 마약밀수, 대량살상무기 판매 등 북한을 둘러싼 여러가지 문제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북한의 향방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김정일의 생각’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데일리NK는 신년특집으로 ‘김정일 가상 인터뷰’를 기획하였다.
[가상 인터뷰 첫번째 이야기]
김정일이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정일 비서실에 질문지를 건네면서, 간부들이 작성해 김정일이 수표(서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김정일이 직접 답변을 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또한 격식을 차리지 말고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내 답변해 달라고 부탁했다.
질문은 1. 핵 문제 2. 남북관계 3. 인권문제 4. 조선노동당 관련 5. 식량문제를 비롯한 북한 경제 6. 국제범죄 7. 대북 금융제재 8. 개혁개방 9. 후계자 문제 10. 사생활 관련 등 북한문제의 모든 영역을 총망라하였다.
질문 1.
북한 핵문제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애초 핵개발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며,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실 계획입니까?
답변
우리는 오래 전부터 핵을 연구하고 개발해왔습니다. 역사상 핵을 가진 상대를 공격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내가 핵무기를 가지면 누구도 나를 건드리지 못할 것입니다. 딱 그 이유 때문입니다. 미국이 내 체제를 인정해주면 나도 계속 핵개발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미국이 설령 나의 체제를 인정해준다 해도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반드시 필요한 만큼의 핵무기를 손에 쥘 것입니다. 따라서 나의 답은, 미국이 우리의 핵보유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며, 나는 미국의 정권이 바뀔 때까지 버텨볼 작정입니다.
질문 2.
남한 당국자들은 지난 몇 년간 남북관계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남북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북한방문 또한 예고되어 있습니다. 그동안의 남북관계를 평가해주시고, 올해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답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수준이 좋습니다. 나는 ‘통일 대통령’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현상유지이면 만족합니다. 지금 남조선 당국자들은 내게 많은 도움을 주고, 그들이 뭘 바라는지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같이 협력하면 서로에게 좋을 것입니다.
문제는 남조선 정권이 바뀌는 것인데, 그래서 나는 이것을 무슨 일이 있어도 막으라고 지시해놓았습니다. 그래서 올해 신년공동사설에도 “보수연합 분쇄하라”고 강하게 쓰도록 했습니다. 요즘 3호청사(대남사업 총괄) 동무들이 일을 잘합니다. 김대중 선생에게는 각별한 고마움을 갖고 있습니다. 하긴 그 때문에 내가 노벨상도 타도록 도와주었으니 가는 정 오는 정이 있었던 셈이지요.
질문 3.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을 만들었고, 유엔총회에서 대북인권결의안이 통과되었으며, 올해에도 유럽에서 북한인권 국제대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여기에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입니까? 아울러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위원장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답변
인권은 배부른 자들이나 하는 이야기입니다. 반동에게는 인권이 필요 없습니다. 내가 그동안 반동에게는 철저히 냉혹하게 대했기 때문에 이만큼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앞으로도 특별히 변화할 필요도 없습니다. 인민들이란 좀 풀어주면 기어오르는 법입니다.
조금이라도 틈을 허락하면 안 된다는 것을 동구라파 사회주의 나라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알았습니다. 로므니아(루마니아) 차우세스쿠 그 사람, 결국엔 비참하게 죽었지 않습니까. 내가 죽지 않으려면 인민을 좀 더 다그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이상 다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질문 4.
조선노동당 당 대회가 25년째 열리지 않고 있고, 당 중앙위 전원회의도 12년째 개최되지 않고 있으며, 당 중앙군사위원회의가 12년째 소집되지 않고 있습니다. 조선노동당은 실질적으로 그 기능이 멈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당 체계를 정상화하고 고위 당원들의 직책을 재정비할 계획은 없으십니까?
답변
당은 형식이고 실질은 체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내 지시가 잘 전달되고 집행되면 됩니다. 지난 10년간 나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헤쳐왔습니다. 그 비결은 다름아닌 무력이었습니다. 바로 선군(先軍)입니다.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나는 수월하고 분명한 지휘체계를 만들었고 그 성과에 만족합니다.
나중에 필요하다면 당대회 같은 것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은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일단 미국이 시비 걸고 있는 새로운 난관을 돌파하고 나서나 생각해볼 계획입니다.
질문 5.
지난해 WFP를 비롯한 국제구호기구 관계자 상당수를 북한에서 철수시켰습니다. 인도지원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여전히 인민생활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인민경제를 이끌어갈 어떤 묘책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답변
인민이야 그저 굶어 죽지 않을 만큼 먹이면 됩니다. 수령님께서도 늘 내게 ‘경제에 빠져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체제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고, 인민이야 다 자기가 살 길을 알아서 찾아 갈 것입니다. 국제기구 철수시킨 것은… 그 사람들 별로 주는 것도 없으면서 까다롭게 구니까 그랬습니다. 남조선 사람들, 중국 사람들, 주면서도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고 얼마나 시원합니까. 정 주겠다면 그렇게 주면 됩니다.(계속)
데일리NK 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