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다” 외친 北응원단…경기장 분위기 주도

“우리는 하나다.”
올림픽 사상 첫 남북단일팀의 경기가 치러진 10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는 북한 응원단의 구호 소리와 관중들의 함성 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빨간색 상하의에 머리에는 하얀 털모자를 쓴 북한 응원단은 이날 경기 시작 약 40분 전인 오후 8시 30분께부터 차례로 입장, 20여 명씩 총 7개 구역으로 나눠 앉았다. 경기 시작 10여 분 전부터는 ‘반갑습니다’, ‘휘파람’ 등 북한 노래나 민요 ‘옹헤야’를 부르거나 손뼉을 치며 “우리는 하나다”, “조국 통일”, “우리 민족끼리” 등의 구호를 외치는 등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날 북한 응원단은 모두 똑같은 파란색 비닐가방에 응원도구를 준비해왔다. 한반도기, 화관, 가면 등 다양한 도구가 담긴 파란 비닐가방에 인공기로 추정되는 깃발도 보였지만, 이날 현장에서는 꺼내들지 않았다.



▲10일 오후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위스의 B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가 열린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북한 응원단이 응원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응원단이 10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에 들고온 응원도구. /사진=데일리NK

9시를 조금 넘긴 시각, 경기가 시작되기에 앞서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한명씩 호명되자 관중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북한 응원단도 준비해온 한반도기를 꺼내들고 이리저리 흔들면서 단일팀 선수들을 맞이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북한 응원단은 일치된 목소리로 “힘내라”, “이겨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관중들도 하나둘씩 북한 응원단을 따라 구호를 함께 외쳤다.
이날 북한 응원단의 목소리는 경기장 3층 맨 윗 관중석에서도 또렷하게 들릴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북한 응원단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나머지 관중들이 이끌리는 듯한 상황이 연출됐다. 북한 응원단이 “이겨라, 이겨라”라고 구호를 외치면 관중들도 곧 이들을 따라 “이겨라, 이겨라”라고 소리치는 식이었다.
북한 응원단은 이날 흐트러짐 없이 시종일관 미소 띈 얼굴로 꼿꼿하게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그러다가도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상대팀인 스위스의 골문 앞에 다가갈 때면 여느 관람객처럼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10일 오후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위스의 B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가 열린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북한 응원단이 응원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10일 오후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위스의 B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가 열린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북한 응원단이 응원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특히 이날 경기 중간 쉬는 시간마다 북한 응원단이 펼친 다채로운 공연은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노란 저고리와 초록 치마를 입은 일부 응원단이 객석 앞으로 나와 부채춤을 선보이기도 하고, 하얀 나팔바지를 입은 이들이 격렬한 몸동작으로 춤을 추기도 했다.

아울러 북한 응원단은 한반도기를 양손에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거나 팔을 들고 몸을 좌우로 움직이면서 ‘고향의 봄’, ‘설날’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동요를 부르기도 했다. 또 앉았다 일어나면서 두 팔을 위로 뻗는 일명 ‘파도타기’ 응원도 펼쳤다.
관중들은 그런 북한 응원단에게 가까이 다가가 휴대폰 카메라로 그 모습을 담았다. 일부 관중은 “안녕하세요”, “몇 살이세요”라며 말을 걸기도 했지만, 북한 응원단은 얼굴에 옅은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고 응원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10일 오후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위스의 B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가 열린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북한 응원단이 응원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10일 오후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위스의 B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가 열린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북한 응원단이 응원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이날 경기에는 합의에 따라 북한 선수 3명(정수현, 김은향, 황충금)이 엔트리에 포함돼 링크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북이 함께 참가하는 첫 올림픽 경기인 만큼 관중들도 뜨거운 응원과 함성으로 힘을 실었지만, 결과는 8대 0 완패로 끝이 났다. 아쉬운 경기 결과에도 관중들은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힘차게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

강릉시민 정혁교 씨(30대)는 “남북단일팀 경기를 보려고 일부러 티켓을 끊었다”며 “한 골만 넣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오늘 잘 싸워줬고, 다음 경기는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또 세종시에 거주하는 김일권 씨(46)는 “남북단일팀이 구성되기 전에 티켓을 구매했는데 우연히 이렇게 단일팀의 경기를 보게 돼 정말 기분이 좋다”면서 “앞으로 4년 뒤, 8년 뒤 올림픽에도 단일팀이 만들어져 더 좋은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 응원단이 10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첫경기가 끝난 뒤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응원단은 11시 20분께 경기가 종료된 뒤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는 하나다”, “조국 통일” 등 구호를 외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20여 분 뒤 차례로 퇴장하면서는 경기장에 남아 이들을 지켜보던 남측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다시 만납시다”, “또 봅시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날 가족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김모 씨(35)는 “통일에 조금 더 다가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남북이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경기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남북의 고위급 인사들도 참석해 단일팀 선수들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