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남조선처럼 비료생산 못할까?

봄은 북한의 농민(농업근로자라고 지칭한다)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선사하는 계절이다. 지독한 한파(寒波)와 굶주림에 싸워왔던 농민들에게는 반가운 계절이 아닐 수 없다.


추위에 시달리지 않아서 좋고 햇나물이 나와 식생활에 보탬도 된다. 꽁꽁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작년 농작물을 이삭줍기할 수도 있고, 새로운 농사에 희망을 걸 수 있어서 좋다. 초록의 풀들은 가축들의 먹이걱정도 덜어준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기계화가 보편화된 한국과 달리 북한은 모든 농사 과정을 인력으로 해결한다. 이마저도 경제난에 따른 비료부족이라는 ‘암초’에 풍작을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농사꾼도 끼니를 걱정해야 한다.


북한 당국이 ‘농민들은 나라의 쌀독을 책임진 자각을 안고 영농사업에서 혁신을 창조하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나라의 쌀독이 아니라 자신들의 쌀독도 책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북한 농민들의 현실인 셈이다.


‘비료부족’에 따라 당국에선 주민들에게 퇴비와 부식토 생산 과제를 분담한다. 농민 1인당 인분 200kg, 돼지 등의 배설물 300kg이 배정된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남이 모아둔 퇴비를 훔치기도 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내부 소식통은 “퇴비 때문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왜 우리는 남조선처럼 비료 생산을 못할까? 비료가 있으면 우리가 싸울 일이 있었을까?’라고 주민들이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 등에 따르면 북한 농민들도 한국의 비료지원에 대해서 알고 있다.


북한 농민들은 협동농장의 농사에도 동원된다. 보통 봄에는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약 1달간, 5월 말에는 김매기에 보름 정도,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약 40여 일간 가을걷이에 동원된다. 


협동농장의 밭갈이는 소가 전담한다. 경제난에 따른 연료부족으로 트랙터의 가동이 멈춘 지 오래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에 대한 당국의 관리도 철저하다.


탈북자 등에 따르면 김일성도 1966년에 창작된 ‘남강마을 여성들’을 보고 “소가 전쟁에서 많은 도움을 주며 유사시 연료 미 보장과 북한 도로의 실태를 대비해서라도 소가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소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소는 개인에 할당돼 관리되는데 소가 죽거나 할 경우 최고 사형까지 당하기도 한다. ‘소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황해북도에서 살았던 탈북자 이영옥(45, 경기도 화성시) 씨는 “삼촌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친구의 생명을 살리려고 농장의 소를 잡아먹다 결국 사형당했다”면서 아픈 사연을 전했다.


또 다른 탈북자 김 모 씨에 따르면 양강도 보천군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농장소를 잡아 여섯 식구들과 함께 먹었는데, 이 일로 아들은 사형을 당하고 아버지는 도집결소에 보내져 못을 먹고 자살한 일도 있었다.


북한에서 소는 해당기관에 등록, 관리되기 때문에 소가 죽게 되면 보고를 해야 한다. 물론 죽은 소는 간부들의 몫이 된다. 또 농사작황이 좋지 않아 농장원들에 대한 분배 몫이 줄어들더라도 소의 분배 몫은 꼭 챙겨준다. 농경지 일부에 소먹이를 재배하기도 한다.


봄철 동원노력에는 중학생(14살 이상)부터 직장인, 가두여성(여맹원), 노인을 비롯해 군대와 권력기관 등 모든 기관이 예외 없이 ‘무조건성의 원칙’에 따라 동원된다. 


봄 파종시기의 농촌지원 하루 할당 양을 보면 중학생은 하루 120평(1평=가로180㎝ 세로180㎝), 성인 150평 이상, 가두여성들과 노인들은 90평이다. 가을걷이 때에는 학생은 하루 70평, 성인 90평, 노인들은 40평으로 과제가 할당된다.


봄이나 가을이나 맨몸으로 노동을 해야 하기에 어린 학생들과 노인들은 불평이 많다. 하지만 농촌지원을 안 하거나 불평을 하면 ‘당의 농업제일주의 방침 관철’의 비판대상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 참가한다. 특별한 사유로 참가 못할 때에는 돈으로 대신한다.


농민들은 아침 8시경에 집에서 나가면 어둑어둑해져야 집으로 돌아온다. 농장일 틈틈이 개인 농사도 해야 하고, 가축 먹이도 준비해야 한다. 의무적으로 지원돼지고기값(군에 지원하는 할당량)을 가을 분배 몫에서 빼기 때문에 농민들은 가축(당국 소유)을 기른다. 지원돼지고기값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개인 소토지 농사에 협동농장까지 동원되기 때문에 북한의 농민들은 봄부터 가을 추수가 끝나 분배를 받을 때까지 고역(苦役)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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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