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왜 간첩입니까’ 탈북자들 분노 폭발

▲ 국정원 청사 앞에서 시위중인 탈북자들<사진:연합>

“우리가 왜 간첩입니까.”

최근 국가정보원이 탈북자 100여 명을 상대로 위장 귀순 혐의에 대해 내사 중이라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탈북자들의 반발이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참다 못한 탈북자들은 급기야 초여름 땡볕을 무릅쓰고 13일 오후 서울 세곡동 국정원 청사 앞에 모여 집단 행동에 나섰다.

숭의동지회, 탈북자동지회,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등 30여 개 탈북자 단체 소속 회원 40여 명이 ‘탈북자 인권 및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회의’를 꾸려 국정원을 항의방문한 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에서 “언론 보도로 인해 국내에서 정착에 힘쓰고 있는 6천700여 탈북자들 모두가 마치 간첩인 것처럼 매도당하고 있다”며 한결같이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참석자들은 국정원의 탈북자 간첩 문건이 언론에 보도된 경위에 대해 국정원을 상대로 해명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박상학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간첩 내사 보도가 나가고 난 후 탈북자들이 직장에서 쫓겨나는 사례도 있었고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탈북자는 ‘간첩이 아니냐’며 모욕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탈북자들은 더 나아가 정부가 6ㆍ15 공동선언 5주년을 앞두고 국정원과 통일부 등이 북한에 잘 보이려는 의도로 자신들을 상대로 음해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이들은 “남한의 일부 정치세력과 국민이 탈북자들을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기면서 외면하고 있다”며 그동안 가슴 속으로 삭혀왔던 설움을 표출했다.

참석자들은 국정원 책임자와 면담을 요구하며 청사 진입을 시도하다 전경들과 몸싸움을 벌였으며, 단체 대표들과 국정원 책임자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한 탈북자는 “어지간하면 참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벼랑 끝까지 몰리고 있다는 절박감에 이렇게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