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열차 폭발사고가 발생한 북한의 룡천역 사고 현장에 개인 자격으로 가장 먼저 구호약품을 보낸 재중동포 한의사 부자의 미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동포 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재중동포 신문인 흑룡강신문 인터넷판은 10일 길림(吉林)성 특파원발로 연길(延吉)시에서 개인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의사 김천석(71)씨와 아들 만철씨의 인터뷰를 싣고 룡천 사고 부상자를 위해 펼친 구호 활동을 상세히 소개했다.
아버지 김씨는 작년 4월 24일 룡천에서 열차 폭발사고로 1천300여 명의 사상자가 생겼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김씨는 폭발사고가 맞다면 필경 화상, 타박상, 골절 환자들이 수없이 생겼을 것으로 예상하고 약제사인 아들과 함께 3일 간 꼬박 치료용 한약을 만들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중국 인민폐로 10만 위안(우리돈 1천300만원)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양이었다.
하지만 연로하고 거동까지 불편했던 김씨는 자신을 대신해 아들을 현장으로 보냈다. 김씨는 아들의 손에 여비 1만 위안(130만원)을 쥐어주며 “사고 현장에 도착하면 환자들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약을 전해주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사고 3일 후 중국 단둥(丹東)에 도착한 만철씨는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아 구호 약품을 가지고 룡천에 도착했다.
그는 “당시 47개국에서 지원물자를 보냈지만 개인적으로 치료 지원에 나선 것은 자신이 유일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북한측 요원의 안내를 받아 평안북도 도립병원과 신의주 병원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미 병원은 침대가 모자랄 정도로 부상환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만철씨가 들고 간 한약은 화상, 골절, 타박상 등을 입은 환자들에게 처방돼 효과를 나타냈다.
만철씨는 “동포들의 참상에 밤잠을 설치면서 고민하는 아버지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도움의 원정길에 나선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씨의 선행은 룡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아들 넷에 손자ㆍ손녀까지 대가족을 거느린 그였지만 작년부터 불우 가정의 학생들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25년 동안 매년 500위안(75만원)씩 연길시 노인협회에 후원금도 내고 있다.
신문은 “조선(북) 정부는 아들을 사고 현장에 보내 구호 활동에 나선 공로를 인정해 김씨에게 감사패와 상장을 수여했다”고 전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