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아버지

“아버지, 내가 얼마나 증오한지 압니까?”

8일 오전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에서 실시된 3차 화상상봉에서 아흔을 넘긴 아버지는 55년 만에 만나는 딸에게 호된 원성을 들어야 했다.

이 곳에서는 남측의 임주락(93)씨가 북측의 딸 림보화(65)씨를 화상을 통해 만났다.

남편, 아들과 함께 아버지를 만난 림보화씨는 헤어진 가족들의 생사확인을 마치자 마자 굳은 표정으로 자신과 동생들을 두고 남으로 내려간 아버지에게 원망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림씨는 “13살에 아버지랑 헤어져 폭격에 동생 2명이 죽고 할머니도 돌아가셔서 고아가 됐다”며 “북에서는 부모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똑같이 대해줘서 그나마 잘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림씨의 아들도 “어머니가 혼자 남아서 얼마나 고생했겠느냐”며 “이게 다 어린 자식들과 일흔 된 노모를 두고 남으로 내려간 할아버지 때문”이라고 따지듯 목소리를 높였다.

임씨는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으며 원망에 가득찬 딸과 손자에게 “살아있어서 고맙다.다행이다”고 부정(父情)을 드러냈다.

임씨의 남측 아들은 또 “나 어린시절 아버지는 그것(북에 3남매를 두고온 사실)때문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부부싸움을 자주 했었다”며 “아버지도 30년 동안 적십자사 등에 북측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는 등 노력하셨으니 이제 용서하자”고 아버지를 대변했다.

그러나 북측의 딸은 “아버지 마음이 아프나 마나 난 어떤 줄 알아요”라며 서운한 감정을 누그러뜨리지 않아서 부녀간의 화해는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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