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강산관광] 벌금이 필요하나, 달러가 필요하나?

▲ 금강산에 오르는 관광객들 <출처:연합>

5일 강원도 고성의 산불로 금강산관광이 일시 중지됐다는 소식이다. 그래도 금강산에서 봄맞이를 하려는 관광객은 많은 것 같다.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강산관광은 그나마 북한땅을 밟아보고 우리 땅의 명산을 찾는 즐거움이 있다.

그런데 요즘 금강산관광의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기념품은 남한보다 두세 배 비싸고, 북한 복무원들은 남한 사람 얼굴이 ‘달러’처럼 보이는지 사소한 일에 벌금을 부과하기 일쑤다.

군인들은 남한 관광객을 ‘불청객’ 취급하며 감시한다.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지 7, 8년이 됐는데도 아직 울안에 갇힌 심정으로 산에 올라야 한다.

감시당하는 관광 여전해

최근 나는 2박 3일 일정으로 금강산을 다녀왔다. 함께 갔던 사람들은 3백 달러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나는 5백 달러를 가지고 떠났다. 떠나기 전에 북한 주민들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온 터였다.

관광단이 도착하자 북측 가이드가 나와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10배 이상의 쌍안경 및 망원경, 160밀리 이상의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 24배 이상(옵티컬 기준)의 줌렌즈가 달린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나는 군사기지나 북한 주민들이 사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길까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남한의 신문이나, 잡지, 카세트, CD 같은 것들도 불가(不可)였다. 북측은 관광객들이 위조지폐, 독약, 마약 따위을 들고 들어올까봐 몹시 경계하는 눈치였다. 마약, 위조지폐 등은 북한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우리 관광객을 경계한다는 게 좀 우스웠다.

차량 이동 시 사진촬영은 금지였다. 북한의 경제상황이나 수령사상(장군님)에 대해 비난하는 말도 금지한다고 알려주었다. 동포가 어려운데 어렵다는 말도 못한다니…

나는 관광기념으로 남길 만한 물건을 사고 싶었다. 온정각에 들러 기념품을 사려고 하는데 눈길을 끄는 것은 없고, 값은 비쌌다. 열쇠고리는 한 개에 4달러, 핸드폰 고리는 7달러까지 했다.

약주(술), 꿀 같은 것도 있었다. 10년 묵은 인삼술이라고 하는데 476달러나 불렀다. ‘금강산 기념’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작은 기념 배지는 모두 2달러가 넘었다. 컵라면도 2달러, 비싸게는 3달러였다.

그래도 내가 많이 사주면 혹시나 동포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별로 신통한 게 없었다. 북한의 물가가 원래 이렇게 비싼가?

화장실 있어야 할 곳에 아직 없어

가는 곳마다 사복 차림 군인들이 많았다. 군인들은 우리를 노려보며 우리의 행동을 감시했다. 관광 와서 즐겁다기보다는 울 안에 갇혔다는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제일 불편했던 것이 화장실이었다. 있어야 할 곳에 화장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정상에 올라가던 도중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마신 탓인지 오줌이 마려웠다. 두리번거리면서 화장실을 찾는데 휴식처 주변에는 공동 화장실이 없었다.

혹시 요금제로 된 화장실이라도 없을까 하여 안내원에게 물어봤지만 없다고 했다. 산 정상이면 간이 화장실 하나 정도는 있을 법도 한데 말이다. 언젠가 신문에서 화장실이 없어 불편하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다. 벌써 몇 해가 된 것 같은데 아직 시정되지 않고 있었다.

사소한 잘못에도 벌금

웃음을 띠고 관광객을 반기는 모습도 별로 없다. TV에서는 상냥한 여성 복무원도 출연한 것 같은데, 이제 그것도 귀찮아졌는지, 복무원들은 매너가 없었다.

관광객들이 관광조례를 어기면 어김없이 벌금이었다. 사진을 찍다 등산 코스에서 조금만 이탈해도 어디서 나타났는지 달려와 벌금을 매겼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너무도 기발하게 잡아내 혹시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았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관광은 자연을 즐기며 일행들과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분위기가 허용되어야 한다. 그 정도도 되지 않으면 무엇 때문에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관광을 하겠는가.

그러나 북측 관리요원들은 관광객을 위한 ‘안내자’ 자세가 아니라 오로지 우리의 행동을 감시하는 ‘통제관’ 같은 태도였다. 마치 ‘너희들이 우리 땅에 왔으면 우리 말 잘 들어야 해’ 하는 텃세 부리는 자세였다.

나는 분명 휴지통에 버렸는데…

나도 사소한 일로 벌금을 물었다. 카메라 필름을 새로 갈아끼우고 플라스틱 통을 버리려고 쓰레기통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며 쓰레기통을 찾던 중 벽 옆에 휴지통 같은 시멘트 구조물을 발견하고 그 안을 들여다 보았다. 종이조각도 여러개 있어 휴지통 같아 보이기에 필름 통을 버렸다.

그런데 돌아서는 순간 “손님, 거기 서세요!”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20대 중반의 아가씨가 두 남자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이들은 “손님, 여기다 방금 뭘 던졌어요?”라고 고압적으로 말했다.

그러더니 “동무, 명찰표(목에 거는 패찰) 좀 봅시다” 하고는 명찰표를 둘둘 말아 쥐고 “우리와 함께 갑시다”라고 했다. 그들 중 한 남자는 내 카메라를 들고 신기한 듯 보더니 “남조선 사람들은 문명(文明)하다고 하더니, 듣기와는 다르구먼” 하면서 중얼거렸다.

그들과 사무실로 간 나는 벌금 20달러를 물었다. 그 시멘트 통은 누가 봐도 휴지통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복무원들은 “휴지통이 아니고 청소도구함”이라며, “규정이니까 벌금을 내라”고 했다. 북한 복무원들은 마치 남한 사람들 얼굴이 ‘달러’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시멘트 통에 버린 필름 통을 내가 다시 수거해가면 될 것을 굳이 벌금을 매기는 것이었다.

나는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만 이들은 마치 남한 관광객들이 잘못을 하도록 기다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정작 복무원들이 필요했던 것은 ‘달러’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끝내 떨쳐버릴 수 없었다.

떠나오는 날, 멀어져가는 금강산을 바라보며 나는 머리 속에서 이상한 ‘관광규정’과 동포가 함께 즐거움을 누려야 할 ‘민족의 명산’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한데 얽혀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심성두(디자인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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