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 수단 전락 ‘잣’…수확철에 폭행·살인까지

소식통 "北주민, 몰래 잣 채취하다 경비원에 폭행...의식불명"

19년 6월 초 함경북도 국경지대의 어느 산 모습(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북한에서 잣 수확철이 다가오자 잣을 채취하려는 개인과 잣 나무 임지를 지키는 경비원 사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 경비원이 서리꾼을 폭행해 의식불명에 빠지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양강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달 중순경 양강도 김정숙군에서 잣을 따러 산에 갔던 강 모 씨(40대)가 잣 밭을 지키던 경비원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며 “강 씨가 언제 깨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 씨는 생활 형편이 어려워 잣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어 “지난 12일 오후 5시경 강 씨는 술을 마시고 잣을 따 오겠다며 산에 오른 후 다음 날까지 연락이 두절됐다”며 “하필 강 씨가 산에 오른 당일 밤새 폭우가 쏟아져 가족들이 밤을 새며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강 씨의 소식이 가족들에게 알려진 것은 다음날인 13일 오전. 소식통에 따르면 강 씨 가족과 친분이 전혀 없는 한 사람이 강 씨의 집으로 찾아와 그가 잣을 도적질하다가 경비원들에게 적발돼 매를 맞았으며 너무 매를 많이 맞아 얼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정도인데다가 비가 오는데도 사람을 나무에 밤새 묶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이 소식을 듣고 강 씨의 가족들이 그를 집으로 데려왔지만 폭행 정도가 심해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었다”며 “강 씨는 바로 군(郡) 병원으로 호송돼 입원 중이며 그의 가족들이 군당위원회에 해당 사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상태”이라고 밝혔다.

북한산 잣은 중국에서 약재와 식용으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잣 수출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명기한 금수품에 해당되지 않아 북한의 외화벌이 수출 품목의 하나로 꼽힌다. 본지 취재 결과 외화벌이 회사들은 잣 수출량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 : 북한 외화벌이 기지들, 잣나무 임지 사전 확보 경쟁 치열)

통상적으로 잣나무 임지 관리는 북한 시, 군 산림경영소에서 담당하지만 해당지역 산림감독원이 공장이나 기업소에 일정 구역을 잣을 수확할 권리를 할당한다. 관리 감독이 미치지 않는 지역의 잣나무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채취해 외화벌이 회사에 팔아 수익을 남겨왔다.

그러나 대북제재 이후 잣 채취가 외화벌이에 적극적으로 이용되면서 권력이 있는 간부나 돈주가 산림감독원에게 뇌물을 주고 잣나무가 있는 임지에 대한 독점적인 채취권을 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산림감독원이 이전에 관할 감독이 아니었던 임지까지 뇌물을 받고 기업소나 돈주에 독점권을 판매하면서 개인이 잣 채취를 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잣 수확철이 되면 몰래 잣을 수확하려는 개인들과 잣 나무 임지의 권리를 갖고 있는 기업소에서 배치한 경비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강 씨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에도 다른 주민이 경비원에게 폭행을 당한 일이 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강 씨가 병원에 이송됐을 때 강 씨 처럼 잣을 따러 갔다가 심한 폭행을 당해 생명이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이 2명 있었다”며 “잣 수확 경쟁이 심해지면서 요즘 해마다 잣 수확철이 되면 경비원에게 폭행당해 죽거나 반신불수가 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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