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 과제 몰린 몽골 파견 北간부, 南사업가도 ‘OK’”

최근 몽골 경기가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기로 한 몽골 건설사 업주들이 연이어 공사 중단을 선언하자, 북한에서 파견된 관리인들이 직접 ‘영업’을 뛰며 자국 노동자들을 고용해 줄 업주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몽골인이 아닌 외부인, 심지어 한국인 업주와의 면대면 접촉도 마다하지 않은 채 “(계약하러) 직접 찾아 가겠다”고 밝히는 등 외화벌이 창구 마련에 혈안이 돼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몽골 대북 소식통은 지난달 초 현지에서 데일리NK 특별 취재팀을 만나 “북한 관리인들로서는 몽골 경기가 안 좋아져 외화벌이 사업이 여의치 않다 보니, 몽골인이 됐든 한국인이 됐든 누구라도 만나 노동자들을 파견할 수 있는 계약을 따내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그렇다보니 최근엔 관리자가 직접 영업도 뛰고 그 과정에서 사례비 차원으로 10만 투그릭(약 50달러)씩 받아낸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외화벌이는 관리인의 입장에서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돈을 버는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한국 사람과 접촉하는 건 ‘적선’(간첩행위) 연루자로 처벌당할 수 있다는 위험요소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보위부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인과의 접촉 문제를) 그냥 모른 척 넘어갈 수 있지만, 자신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하면서 당국에 먼저 보고할 수도 있다”면서 “이에 따라 북한 측 관리자는 정치적 압박감에 만나기로 해놓고 갑자기 잠적하는 경우도 많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북한 관리자들은 당국이 할당한 상납금이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한국인과의 접촉을 꾀하지만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때문에 이들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난관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몽골 울란바타르 시내 공사 현장들. 몽골 경기 악화로 대부분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북한 노동자들이 고용된 것으로 알려졌던 건물들 역시 아무런 진척 없이 방치돼 있었다. / 사진=데일리NK 특별취재팀

이와 관련, 데일리NK 특별취재팀이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것으로 알려진 몽골 건설 현장을 찾아 울란바토르를 방문했으나, 유례없는 몽골 경기 침체로 시내 곳곳의 건설 공사는 대부분 중단된 상태였다.

그나마 중단 없이 ‘플라자(Plaza)’를 건설 중이던 한 공사 현장을 방문, 관계자에게 북한 노동자들의 고용 현황을 물었더니 “낮에는 몽골 노동자들에게 일감을 줘야 해서 북한 노동자들은 밤에만 나와 일 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북한 노동자들이) 외부인과의 접촉을 꺼려해 현장 관리인인 나도 직접 대면하거나 말을 걸어본 적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그는 “한창 몽골 경기가 좋았을 때 울란바토르 여기저기서 건물을 세우기 시작했지만, 최근 불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해 대부분 공사를 중단하는 추세”라면서 “몽골 노동자들도 고용되기 어려운 마당에 북한 노동자들을 누가 고용할지는 잘 모르겠다. (위험 요소가 커) 야간 작업장에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된다는 얘기는 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북한인권정보센터 측도 지난 해 말 몽골 현지답사 후 “극심한 건설 경기 불황으로 인해 울란바토르 시내 곳곳에서 건설이 중단된 건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로 인해 수입을 얻지 못한 북한 노동자들이 북한으로 돌아갈 것을 결정하거나, 현지에 남아 있더라도 임금이 체불된 상태를 견디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센터는 이 같은 몽골 사정으로 현지에 파견된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약 1500명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했다.



▲몽골 울란바토르 시내 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6명의 북한 출신 한의사들. 대부분 평양 출신이며, 북한에서 수년 간 의사 경력을 쌓은 뒤 파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사진=데일리NK 특별취재팀

이 같은 불황 속 건설 노동자들을 대신할 외화벌이 수단으로 최근 북한 한의사들이 부각되고 있다. 의료 체계가 여전히 부실한 몽골에서 침술에 능한 북한 한의사들이 몽골 시내 병원에 파견, 나름 ‘실력자’로 명성을 얻으며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또한 북한 당국은 약 2000달러에 육박하는 이들의 월급의 상당수를 착취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본지 취재팀이 방문한 울란바타르 시내 병원 ‘АЧИТ ЗХ ЗМНЗПЗГ’에도 6명의 북한 출신 한의사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안내를 해준 병원 관계자는 이들에 대해 “실력이 좋아 환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취재진은 진료를 막 끝내고 나온 두 명의 한의사들과 짧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이들은 경계 대신 “남조선 청년들이냐” “나는 평양에서 왔다” “언젠가 또 볼 수 있겠지”라고 인사를 건네는 등 살갑게 대하는 모습이었다. 커튼 너머로 엿본 이들 책상 위에는 태블릿PC나 몽골 제품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도 놓여 있었다.



▲몽골 울란바토르 시내서 운영 중인 북한 식당들.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한 중국 및 러시아 내 식당과 달리, 몽골 내 북한 식당 복무원들은 손님들에게 먼저 다가가 농담을 건네는 등 상당히 개방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 사진=데일리NK 특별취재팀

또한 몽골 내 북한 식당 복무원들도 손님 유인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울란바타르에서 운영 중인 북한 식당은 애초에 세 군데에 불과, 자금난 때문에 식당 수십 군데의 운영을 중단한 중국보다는 대북 제재로 인한 타격이 적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은 한국인을 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식사 도중 “서비스”라면서 김치나 반찬을 추가로 가져다주기도 하는 등 오히려 친밀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한국인들을 유독 경계하는 곳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돈만 벌 수 있다면 누구든 환영’이라는 반응이다”면서 “국제사회의 눈이 집중되고 있는 중국에서는 민감한 모습일 수 있지만, 몽골에서는 경계하는 모습 보다는 먼저 다가가 사담(私談)을 건네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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