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우리측 차석대표인 황준국 외교통상부 북핵기획단장이 15일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외교통상부가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황 단장이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나 차석대표인 리 근 외무성 미국국장 등과 회동을 가질 수 있을 지가 주목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황 단장의 이번 방북은 지난해 12월 6자회담시 남북 수석대표간 원칙적 합의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 측은 지난해 말 우리 실사단 방북 계획을 북측에 전달한 바 있으며, 북측은 최근 이에 대한 답신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황 단장은 외교통상부, 통일부, (주)한국수력원자력 및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관련 기관 실무전문가들로 구성된 미사용연료봉 실사단과 함께 북경을 통해 북한에 들어갈 예정이며,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용연료봉 처리에 관한 기술적·경제적 측면들을 중점 조사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실사단은 일정 중 영변에 있는 미사용연료봉 보관 장소인 핵연료 제조공장에 가서 실제 물질을 확인할 것”이라며 “이번 방문 목적은 미사용연료봉에 대한 협상이 아니라 실무적 차원에서 방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후 미사용연료봉에 대한 처리문제는 향후 6자가 논의해야 될 문제라고 전제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천연 상태 우라늄을 이용한 ‘미사용 연료봉’ 제조→ 미사용 연료봉을 연소시킨 ‘사용 후 연료봉’ 제조(영변 5MW 원자로)→ ‘사용 후 연료봉’에 포함된 약 1%의 플루토늄239를 90% 이상으로 농축시킨 ‘무기급 플루토늄’ 제조(재처리시설) 등의 과정을 거쳐 핵무기에 넣을 플루토늄을 추출해 왔다.
이 관계자는 “미사용연료봉 처리는 10.3 합의에 근거한 북한 비핵화 2단계 관련 11개 불능화 조치 중 하나지만 아직 구체 처리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우리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협상본부장은 지난해 12월 베이징 6자회담 당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직접 만난 후 기자들에게 “김 부상과 영변 미사용핵연료봉의 제3국 반출 문제를 협의해 동의를 얻었다”고 밝힌바 있다.
이와 관련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환석 연구위원은 “북한이 우리 당국자의 방북에 협조하는 것은 남한을 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 아니라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겠다’ 차원에서 결정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윈원은 “북한은 6자회담 틀을 유지하면서 대화채널 유지와 에너지 지원, 미사용 연료봉 구입 등의 경제적 실리를 얻겠다는 생각”이라며 “특히 오바마 신정부에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이번 북한의 방북 허용을 미 오바마 신행정부와의 관계개선 희망의 신호로 해석했다.
유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6자회담과 북핵문제에 북한이 장애를 조성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라며 “북한이 황 단장 일행의 방북을 허용한 목적은 다양하겠지만, 6자회담 내에서 핵문제를 풀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의도는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 측이 아닌 한국 측 황 단장 등을 초청한 것은 미사용 연료봉의 구매자가 우리이기 때문이지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부차적으로 남북관계의 긍정적 신호로도 읽혀질 수 있지만 큰 기대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은 북핵 6자회담에 일단 방점을 찍고, 전반적인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남북관계도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