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를 위한 전담기구 설치 등 북한의 전방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외 신인도를 높이지 않고는 그 성공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1.30 화폐개혁 이후 외자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월 김정일의 라선특구 현지지도를 계기로 올해 초에는 나선시를 ‘특별시’로 승격시켰고, 이어 ‘투자자의 활동 보장’을 주요 골자로 하는 나진선봉무역지대법도 대폭 개정했다.
나선지대법에서는 “조선동포도(중략) 경제무역활동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을 신설, 재외동포 뿐 아니라 남한 자본의 투자까지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북한은 또 국가개발은행을 신설, 이사장에 김정일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전일춘 노동당 39호 실장을 임명하면서 외자유치 사업을 김정일이 직접 챙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남북 당국간 접촉에서도 개성.금강산 관광등 남한발 ‘현금’ 획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성공단 발전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선 북측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제안했고,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문제에 대해서도 ‘계약파기’라는 엄포로 대남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북한이 ‘외자유치’에 적극 나서는 것은 만성적인 경제난과 식량난 등이 내부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화폐개혁과 시장통제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국가재정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중국의 경제지원이 생각보다 늦춰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읽혀진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남한과의 경협 중단이 장기화 되고 있다는 점도 북한 지도부의 딜레마로 꼽히고 있다.
특히 올해 본격적인 후계작업의 선결조건인 ‘아래로부터의 추대’, 즉 우상화에 필요한 기초를 위해 인민생활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위기 돌파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 및 제도의 일관성, 대외신인도를 높일 수 있는 개혁적 인사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북한개발국제협력센터장은 북한의 지속 가능한 외자유치와 남한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조건으로 정치·경제·환경·제도적 요소 등에서의 ‘안정’을 제시했다.
임 센터장은 “북한 당국의 자의적인 개입을 배제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개혁적 인사를 통한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일도 북한 당국이 취해야 할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들의 소득 창출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노동력 보장 등 환경적 요소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북한의 외자유치 노력이 ‘북한 당국의 외환수입 독점’을 위한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최근 국제대풍투자그룹의 100억 달러 외자 유치설이 나돌았을 정도로 북한의 경제적 조치들은 과대광고가 많다”고 지적하며 “북한의 최근 조치들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국, 중국으로부터 원조를 얻기 위한 기회로 삼으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연구원은 또 외자유치 전담기구로 국가개발은행을 만들고 책임자를 김정일의 최측근인 전일춘 노동당 39호실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중앙 통제에서 벗어나 있던 중·소단위급 무역기관을 없애고 국방위원회와 무역성의 양대 관리 체제를 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일춘이 책임자로 임명된 것은 김정일이 직접 외화벌이 사업을 관리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선특별시 승격과 나선지대법 개정 조치도 마찬가지”라면서 “이 지역의 개발 가능성을 대외에 선전하는 것은 중국 지원을 얻기 위한 장단 맞추기 시늉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북한이 국내 정치적 상황이 평안치 못한 가운데 개방과 같은 큰 변화를 선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