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가보위성의 검열과 단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중순 양강도 보천군에서 탈북한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은 주민이 보위성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2월 중순 보천군에서 비법월경자(탈북민) 가족이 보위부 10국(전파탐지국)의 단속으로 체포됐다”며 “중국으로 몰래 건너간 딸과 통화한 사실이 보위부에 걸렸는데, 특히 통화 내용이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천군 주민 A 씨는 지난달 14일 돈 전달 문제로 중국에 있는 딸과 통화하기 위해 돈을 이관하는 일을 하는 브로커와 함께 산에 올랐다. A 씨는 딸과의 통화에서 “지금 보위부의 단속이 너무 세니까 단속이 좀 풀리면 다시 통화하자”고 말한 뒤에 산을 내려왔는데, 길목을 지키고 있던 보위원들에게 걸려 곧바로 붙잡혔다.
A 씨와 브로커는 “산에 나무를 하려고 올라갔던 것”이라면서 외부와 통화한 사실을 발뺌했지만, 이를 믿지 않은 보위성들은 “손전화기 어디있냐”며 두 사람을 몰아붙였고 결국 군견까지 동원해 주변 수색에 나섰다. 보위원들은 이들이 내려온 길을 따라가며 풀숲을 헤집고 다닌 끝에 비닐에 싸여 땅에 묻혀있던 전화기를 찾아냈다.
보위원들은 곧장 A 씨와 브로커를 군 보위부 조사실로 끌고 갔고, 두 사람을 각각 격리한 상태에서 취조하며 통화 내용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먹고살기가 힘들어 중국에 있는 딸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으나, 보위성원들은 “이미 도청으로 통화 내용을 모두 알고 있으니 하나도 떼지(생략하지) 말고 그대로 말하라”며 계속해서 협박했다.
이에 공포감을 느낀 A 씨는 결국 딸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보위성에 있는 그대로 고했다. A 씨가 보위성 취조 당시 밝힌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이렇다.
딸: 중국이 살기 좋은 나라예요. 먹을 것도 많고요.
A 씨: 그런데 병이 온통 중국에서 생기지 않니?
딸: 그렇다해도 조선(북한)만큼 더럽겠어요? 조선은 병이 생겨도 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능력이 되나요? 그리고 조선에서는 20리, 30리를 걸어서 다녀야하는데 중국에는 걸어다니는 사람을 볼 수 없어요. 모두 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요. 조선 땅에서 태어난 것이 억울해요.
A 씨: 그런 말 하지 말아라. 누가 들을까 두렵다.
그런데 보위원은 이 같은 통화 내용을 더욱 문제 삼으며 A 씨를 몰아세웠다. “조국을 비난한 것은 사람이 아니다. 비난은 딸이 했지만 가정교양을 제대로 못한 것도 잘못이다. 가정교양을 제대로 못했으니 조국을 배반하고 남의 나라 땅에 가서까지 조국을 비난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는 것.
이어 보위원은 “당에서는 가뜩이나 외부와 연계해 비법적인 행위를 하는 자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싹 다 잡아들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그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사건은 이후 보천군 내부에 퍼졌고,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주민들 사이에서는 보위성이 자백을 유도하기 위해 허위 사실로 협박했다는 뒷말도 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보위부가 도청했다고 하면서도 통화녹음을 들려주거나 보여주지도 않았다고 한다”는 말이 나돌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일부 주민들은 “강에서 중국 사람을 만나 밀수하는 것만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 아니냐”며 보위부의 단속 행태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위부 측은 ‘밀수나 외부통화는 어쨌든 같은 과(비법행위)니 같은 처벌을 내려야 하며, 이번 일은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현재 A 씨에 대한 예심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