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북한인식, 교과서로 볼 수 없어”

제3주제 – 경제성장과 산업화

이대근(성균관대 교수)

-근현대사에 경제는 도외시되는 것인가?-

분석대상 6종 교과서의 ‘현대사’ 편(제 4단원)에서 차지하는 ‘경제’ 관련 내용을 훑어보면, 우선 ‘경제’ 문제가 가지는 그것의 중요성에 비추어 그것이 너무나 보잘 것 없이 취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금성출판사> 경우만이 아니라 나머지 5種의 경우도 매마찬가지이다.

<금성출판사> 교과서의 경우 현대사 총 108페이지 중, 경제 부분에 11페이지밖에 할애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내용이 허술하고 부실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런 중에서도 정작 중요한 내용은 뒷전이고 오히려 지엽적인 문제에만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

내용상의 부실문제와 함께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금성>을 비롯한 모든 교과서가 극히 세부항목에 이르기까지 책의 편제와 내용이 놀랄 만큼 동일하다는 점이다. 한 교과서 당 보통 필자가 4~6명으로 이루어지고, 또 출판사마다 필자가 다르고 출판사의 성격도 각양인데, 어떻게 하여 이처럼 마지막 항목까지 철저히 통일을 기할 수 있단 말인가. 그야말로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세부 항목까지도 철저히 명칭을 일치시키고 있다는 것은 교과서 편집과정에서 사전적으로 어떤 강력한 외부의 힘이 작용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교과서를 만드는데 처음부터 정부 당국의 강력한 통제가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이처럼 교과서 집필을 철저히 통제하는 데는 교육당국이 처음부터 교과서 내용을 자기가 원하는 한 가지 내용으로 만들기 위한 어떤 정치적 내지 교육적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비록 ‘검인정’이라 하더라도 정부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내용의 교과서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는 현재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교과서는 사실상 ‘검인정’이 아니라, ‘국정’ 교과서라고 해야 마땅하다. 오히려 정부는 ‘검인정’이란 이름 아래 ‘국정’의 경우보다 더욱 더 어느 한쪽으로 편향된 교과서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각 내용에 대한 비판적으로 검토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로, 어느 경우든 집필자의 사물을 보는 기본 시각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객관적 사실에 의거한 공정한 기술보다는 필자의 이념적인 입장에 따라 심히 주관적 판단과 해설을 감행하고 있다.

둘째로는 서술방법상의 문제이다. 집필진이 경제관련 서술에 있어서 신뢰성 있는 통계나 도표 등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볼 때 필진의 경제학적 수준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셋째로 서술 내용(제목)에 있어서도 처음부터 ‘경제’ 영역으로 보기는 어려운 내용이, 그것도 짧은 지면에 상당한 볼륨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한국기업의 특수한 형태인 ‘재벌’에 대하여, 학계에서는 아직 그것에 대한 개념 정의도 제대로 안 된 마당에 중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왜 그렇게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지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넷째로는 참고용의 각종 ‘보조자료’의 원용 문제와 관련해서이다. 시각적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각가지 통계, 그래프, 사진, 만화, 지도 등을 많이 사용하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겠지만, 그들이 대체로 본문 서술내용과는 아무런 관련을 갖지 않거나, 설령 갖는다고 하더라도 본문 내용과 직접 매치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점이 문제이다.

제4주제 – 「민주주의의 시련과 발전」 부분에 대한 재검토

김일영(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 역사 교과서인가 ‘민족․민주’ 운동사 교재인가? –

현재 시중에는 모두 6종의 한국 근현대사 검인정 교과서가 있다. 여기서는 금성출판사의 교과서를 주로 검토대상으로 삼고, 나머지 5종에 대해서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언급할 생각이다. 금성출판사의 책을 주된 검토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이것이 교과서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면서도 내용 면에서 가장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위에 걸맞은 책임과 내실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책인 것이다.

-심각한 양적 불균형: 분단사에 밀리고 운동사에 치인 민주주의

다만 각 장은 양적인 배분 면에서 상당한 불균형을 노정하고 있다. 1945년 광복부터 1953년 휴전까지를 다루고 있는 제1장은 28 페이지인데 반해 1953년부터 김대중 정부까지를 취급하고 있는 제2장은 22 페이지에 그치고 있다. 민주주의의 역사 50여 년에 비해 분단의 역사 8년에 지나치게 많은 지면이 할애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분단의 역사에 비해 민주주의의 역사를 지나치게 홀대하고 있고, 민주주의의 역사에서도 민주화 운동사에 치우쳐 있다.

외눈박이 북한 인식: 북한을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왜 안 되나?

민주주의에 대한 홀대는 북한을 서술하는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이 책은 “통일 지향적 관점에서 북한의 실상을 이해”하여, 학생들에게 “민족 통일에 능동적으로 기여하려는 자세를 확립”(p.26)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전혀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의 틀이 있다. 북한의 실상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통일 못지않게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보편적 가치의 관점이 필요하다.

더구나 이 책은 한국의 기존 정치체제에 대해서는 바로 이 보편적 관점에서 매섭게 비판하면서 그 대안세력인 ‘민족 민주’ 진영의 관점에서 민주화 운동사를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북한에 대해서는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통일 지향이라는 별개의 척도만을 요구하는 것일까? ‘통일 지향’은 소위 ‘내재적 접근법’으로 북한을 봐주기 위한 명분이 아닐까? 북한을 북한의 잣대로 보도록 만들기 위해 ‘통일 지향’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민주주의의 시련과 발전」 부분의 내용상의 문제점

‘민족 민주 운동’이 과연 교과서에 나올만한 개념인가?

민주화 운동이 거세던 당시나 지금이나 ‘민족 민주’ 운운 하는 것은 학생운동을 위시한 운동권 내에서만 통용되는 개념이(었)지 시민사회의 일반인들 사이에서 시민권을 획득한 개념이 아니(었)다. 그리고 학계에서도 이것은 일부 학자들이나 사용하는 개념이지 공인된 개념이 아니다. 이런 개념을 버젓이 교과서에 쓰고 있는 필자들의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지 부럽기 그지없다. 그들은 이 책의 용도를 고등학생들에게 한국 근현대사에 관한 올바른 지식과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교과서가 아니라 한국 ‘민족 민주’ 운동의 ‘자랑스러운’ 궤적을 가르치는 교재로 착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6․25 전쟁 관련 부분의 문제점

이 책에서 6․25 전쟁은 민족의 관점에서만 서술되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이나 표현에서 이견을 제기할 부분이 몇 군데 있지만(이에 관해서는 뒤에서 서술함), 이런 관점 자체가 근본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불충분할 뿐이다. 이런 불충분함은 이 전쟁을 한국 민주주의의 시련이란 관점에서 볼 때 어느 정도 보완될 수 있다.

소위 ‘조국해방’의 이름 아래 북한이 도발한 전쟁으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했었다는 명백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록 결과는 휴전으로 봉합되고 말았지만, 6․25 전쟁은 전체주의와 통제경제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방어한 전쟁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근현대사 교과서가 이 점을 도외시한다면 이 전쟁에 참전했거나 거기서 사상당한 많은 이들은 결국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동족상잔의 전쟁에 끌려 나가 의미 없는 행동을 한 것이 되고 만다. 교과서의 필자는 남침설을 인정하고 그를 증명할 만한 사료는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사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풀과 가위 보다는 연구에 기반한 교과서를

우리의 젊은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나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키워지고 있다. 그것도 검인정 교과서를 매개로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공적인 교육을 통해서 말이다.

이제 교과서도 전공자가 연구에 근거하여 쓸 필요가 있다. 금성 출판사가 펴낸 고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는 이 점에서 연구보다는 풀과 가위에 의존하여 쓴 책 같다. 기존 연구 결과를 짜깁기 하는 것이 교과서는 아니다. 더구나 그 짜깁기가 편향되게 이루어질 경우 그 화(禍)는 고스란히 우리의 2세들이 걸머져야 한다. 전공자의 연구에 근거한 대안 교과서의 출현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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