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외국인 투자 활성화 일환으로 외국 관광객 대상 식당들이 수익금의 70%를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도 시행 시점을 계속 늦추고 있어 신규 개업이나 영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던 당사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북한 내부소식통이 30일 알려왔다.
이 소식통은 “원래 무역 회사 사장을 통해 70% 이익 배분을 10월 1일부터 실시하겠다고 약속하며 독려했는데, 10월 들어 이런 말이 쏙 들어갔다”면서 “이 지침을 받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려고 했던 무역회사 사장들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대상 상점이나 식당은 전체 수익금의 70%를 해당 상급 기관에 우선 내고 나머지 30% 가운데 지방 정권기관에 ‘지방유지금’ 명목으로 3%를 지불한다. 그리고 나머지 27%로 종업원의 인건비(월급)와 각종 운영 비용을 댄다.
북한 당국은 외화벌이 분야에서 전면적인 분위기 쇄신을 위해 해당 상점에 수익금의 70%를 보장하는 파격적인 안을 마련했다. 또 신규 상점이나 식당 개업에 필요한 각종 조치를 대폭 간소화하도록 했다.
이러한 조치 때문에 중국 단둥에는 평양에 식당을 개설하기 위해 외화벌이 기관 대표들이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중국 단둥(丹東) 개발구와 대형 상점이 있는 곳 주변에는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단 북한 무역일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3일 단둥에서 열린 ‘중·조(북한) 경제무역문화관광박람회’에는 북한의 대표적인 무역회사인 대성총국의 대성무역상사와 총참모부의 강성무역회사, 호위사령부의 청운산 무역회사 등의 외화벌이 회사와 문화성, 국가관광본국, 국제전람사, 만수대창작사 등의 중앙기관을 중심으로 300여 개 기업의 대표가 박람회에 참여했다.
중국 언론은 박람회에서 모두 72건의 투자 무역 의향서가 체결되고 협의된 계약금액만 12억 6천만 위안 (약 2천억 원)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신의주와 혜산, 회령 등의 국경도시에서는 주민들이 식당을 설립하기 위해 평소 안면 있는 중국인을 찾거나 중국 조선족 친척에게 합작을 제안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북한 당국은 10월 이후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이행조치를 주지 않고 있다. 신규 상점을 준비해온 무역기관 종사자들이 당국의 방침을 물어도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되고 있다. 한 외화벌이 기관 관계자는 “당국이 투자는 되지 않는데 수익금 비율만 줄어들면 외화 수입이 당장 줄어들기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북한의 상점 식당이나 무역 회사는 자신이 본 이득을 제대로 당국에 올려본 적이 없다”면서 “이 때문에 수익금 분배를 현실화해서 투자도 늘리고 비리도 줄이려는 것이 당국의 의도이지만, 사람들이 이 비율에 맞춰 수익금을 더 축소할 수 있기 때문에 당국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관광지 식당은 외국인들과 접촉이 많아서 북한 당국의 관리 부담도 늘어난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실정상 경제적 개방에 따른 체제 이완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면서 “당국은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먼저 하려고 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