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들여온 출판물을 읽은 북한 중앙재판소의 판사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어긴 죄로 공개재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기관 내에서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지자 북한은 법관들의 사상 검토를 더욱 강화하도록 주문하고 나섰다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어기고 외국의 출판물을 끌어들여 읽은 죄로 중앙재판소의 판사 전모 씨가 지난달 28일 공개재판을 받고 해임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말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외국의 영상물, 도서, 사진 등을 보거나 유입·유포하는 행위에 대한 강한 처벌 규정을 담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하고 주민 사상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초순 중앙재판소 판사 전 씨가 소설책으로 보이는 책을 들고 다니며 읽다가 단속에 걸렸다. 그가 가지고 있던 책에는 실제 외국의 기사와 그림들을 복사한 것들이 들어 있었는데, 북한은 이를 적선물(敵宣物)로 결론 짓고 그를 체포했다는 전언이다.
이후 지난달 28일 북한은 중앙재판소와 중앙검찰소 일꾼 및 중앙대학 검찰반 재학생 등 400여 명을 중앙재판소 회관에 모아놓고 전 씨에 대한 공재재판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재판에서 북한은 전 씨에 대해 “반동사상문화의 유입과 유포를 철저히 막고 우리의 사상과 문화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앞장서야 할 최고 법 기관의 책임 있는 자가 탈을 쓰고 앉아 있었다”면서 “이는 최고재판소의 수치”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또 이번 사건이 사법기관에서 일어난 최초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 사건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법관들에 대한 정치사상검토를 강화해 이들의 머릿속에 있는 악성종양을 송두리째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북한은 재판소 간부사업 검토와 가정 혁명화 강화를 당부하고, 이번 사건을 7월 사법기관 내부 강연자료에 담아 학습시킬 데 대해 지시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소식통은 “전 씨는 결국 직위에서 해임됐으며, 그 자리에는 아랫단위에서 일하던 다른 사람이 곧바로 소환돼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이 해당 책의 출처를 파악한 결과 중국에 나가 있던 대외경제성 외화벌이 간부들이 들여온 것으로 확인돼 이와 연관된 외화벌이 간부 10여 명이 줄줄이 체포됐으며, 중앙재판소 내 일부 판사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그 책을 읽은 것으로 드러나 현재 재판소에 대한 검열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