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전면에 나서는 이종석 내정자

이종석(李鍾奭) 통일장관 내정자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기로 함에 따라 참여정부의 후반기 외교안보 정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NSC 상임위원회는 통일.외교.국방장관, 국정원장,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국가안보좌관, NSC 사무차장 등이 참여하는 회의체로, 이중 대통령이 지명하는 상임위원이 위원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한다.

그러나 지난 2004년 8월 정동영(鄭東泳) 전 통일장관이 NSC 상임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NSC 상임위원장은 회의 주재 뿐아니라 통일.외교.안보 분야를 총괄하는 ‘책임 장관’으로서의 역할이 부여됐다.

따라서 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는 이 내정자는 늘 꼬리표처럼 따라온 ‘막후 조정자’라는 닉네임을 떼어내고, 공식적으로 전면에 나서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사령탑으로서 ‘전권’을 행사하게 됐다.

이 내정자는 대통령직인수위 인수위원, NSC 사무차장을 지내며 참여정부 대외정책의 기조를 성안했으며, 각종 정책 현안에 깊숙이 개입하며 ‘보이지 않는’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 왔다.

북핵문제 및 6자회담, 한미동맹, 주한미군 기지이전, 자주국방, 동북아 균형자론, 이라크 파병, 한일관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해법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할 때마다 숨은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 결과 이 내정자의 NSC 사무차장 재직시 역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월권 논란이 이어졌고, 낡은 진보.보수 논쟁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기도 했으며 부처간 힘겨루기의 중심에서 ‘실세’로 불리기도 했다.

이같이 이 내정자가 참여정부 통일.외교.안보 정책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쳐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내정자의 승진은 ‘앞으로 대외정책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 내정자로 하여금 NSC 상임위원장을 맡도록 한 것도 대외정책의 수정을 꾀하기 보다는 기존의 정책 기조를 유지.발전시키고자 하는 뜻이 강해 보인다.

결국 이 내정자는 평화번영정책이라는 큰 틀 아래 한미동맹 강화,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 및 남북 평화체제 정착, 동북아 균형자로서의 역할 증대, 자주국방 등의 정책방향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내정자가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NSC 상임위원장이기 이전에 통일부의 수장인 만큼 정부 정책에 있어 남북관계가 차지하는 위치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즉 이 내정자가 참여정부 출범 초기 ‘탈레반’이라는 별칭을 얻었듯 본인의 전공인 대북문제를 맡음으로써 색깔론, 적어도 ‘미국을 멀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통일.외교.안보 정책에 있어서의 통일부의 남북관계 논리가 과도하게 반영되는 것 아니냐’, 혹은 ‘앞으로 이 내정자가 독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도 이어진다.

NSC 사무처를 청와대 비서실내로 편입하는 조직 개편이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장관이 NSC 상임위원장을 만큼 안보정책실장은 외교부 인사로, 안보정책수석은 국방 전문가를 기용, ‘통일-외교-국방’의 견제.협업체제를 구축하겠다는게 노 대통령의 구상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안보정책실장으로는 송민순(宋旻淳) 외교부 차관보와 이수혁(李秀赫) 주 독일대사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안보정책수석으로는 국방 전문가인 서주석(徐柱錫) NSC 전략기획실장의 승진이 점쳐진다.

하지만 이들 인사가 지난 3년간 이 차장과 꾸준히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이 차장의 ‘독주’를 견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