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수장들 ‘언론기피증’ 있나

한국의 외교전선과 남북관계를 책임진 외교안보라인 수장들의 ‘언론 기피증’이 도를 넘어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 현인택 통일 장관의 이런 행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을 제외한 5자 협의’나 북핵 일괄타결을 목표로 하는 ‘그랜드 바겐’ 등 굵직한 제안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라는 평이 나돈다.

일각에서는 “핵심 외교안보부처 장관들이 생각하는 철학이나 상황 타개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유 장관은 8일 월례브리핑을 가졌다. 지난 7월2일 이후 석달여 만이다. 그 사이 장거리 미사일과 2차 핵실험 강행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하던 북한은 적극적인 평화공세를 전개했고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포괄적 패키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북측과의 협의를 진행해왔다.

또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평양을 찾았고 결국 북한의 조건부 6자회담 복귀 선언 등 한반도를 둘러썬 외교환경이 빠르게 변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현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주무장관의 입을 통해 듣고 싶다는 요구가 많았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유 장관의 공식 브리핑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8일 “8월의 경우 일부 기자들이 휴가를 간 상황이었고 개각 문제도 있었으며 9월달에는 원래 잡혔던 일정이 연기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경우 정도가 좀 더 심하다. 취임 이후 8개월이 다 되도록 공식 브리핑을 한차례도 하지 않은 것이다.

현 장관은 지난 2월 취임 이후 일본 아사히신문, 영국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과 만나 대북현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고 지난달 30일에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단독 인터뷰를 했으며 지난 5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 장관과 함께 미국 공영방송 PBS와 인터뷰를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 장관의 잦은 외신 인터뷰에 대해 “우연히 일정이 그렇게 잡혔을 뿐 특별한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 탓에 일부 관측통들은 외교부와 통일부가 지나치게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제 할일을 하지 못하는 기류가 수장들에까지 미치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다.

유 장관의 8일 월례브리핑에서는 그랜드 바겐 등 주요 제안내용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함으로써 외교장관 등의 입지가 좁아지는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까지 유 장관에게 던져졌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정책 제언으로 잘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현 장관에 대해서는 여당 의원이 지적이 매우 아프게 다가서고 있다. 6일 통일부에 대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의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현 장관에게 “청와대와 조율을 많이해서 그런(목소리가 없는) 것 같은데 목소리를 열심해 내달라”고 주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사안이 생기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대변인 브리핑으로 커버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하면서 하지만 “언론입장에서 더 많은 접촉 기회를 바랄 수 있으니 그런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