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부처 갈등 표면화하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일부 감지돼 오던 정부 부처 간 갈등이 김승규(金昇圭) 국정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불거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심지어는 김 원장의 사퇴가 통일부를 포함한 참여정부 내 대북 포용론자 등과의 이견 때문이라는 관측마저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통일부는 물론 국정원도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동안 양 기관이 대북 정책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온 터라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다.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31일 방북을 놓고 통일부가 국정원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승인하는 등 ’간첩잡는’ 국정원과 ’북한을 끌어안으려는’ 통일부는 조직의 성격상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견이 내부에서 원만하게 조율되지 못하고 외부로 터져나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참여정부의 레임덕 현상으로 분석하는 견해도 있다.

30일 정부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7월 5일 이후 대북 스탠스를 놓고 부처 간에 충돌하는 모양새가 부쩍 늘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안이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의 개최 여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엿새 후인 11일부터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장관급회담을 계획대로 여느냐 여부를 놓고 당시 정부 내에서는 ’북한과의 대화 문을 스스로 닫지는 말아야 한다’는 통일부와 ’미사일을 쏜 북한과 무슨 대화냐’는 다른 외교안보부처 간에 심각하게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이 7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독대’한 뒤 개최 쪽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서 이견은 봉합됐지만 반대파 중 일부는 여전히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이때까지만 해도 잠복해 있던 부처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북한이 끝내 10월 9일 핵실험까지 감행한 이후다.

정부는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없이 계속하기로 결정했고 대북 포용정책도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을 것임을 천명했다.

정부가 이런 방침을 정하기까지는 통일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3일 “북한 핵실험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엄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대북 포용정책을 매도, 매장하는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종석 장관은 25일 사의표명 기자회견에서도 “(대북 포용정책은) 대통령이 갖고 있는 철학에 의해 추진돼 왔다”면서 대북 정책의 흔들림없는 추진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시각은 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지난 13일 여야 정보위원에게 배포한 보고서를 통해 “남북관계 및 6자회담에 대한 신중하고도 근본적인 정책 전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사업 등 남북경협 사업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86세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북한 공작원 접촉사건’을 한창 수사중이던 국정원으로서는 북한 핵실험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정부 일각 및 시민사회단체들의 안보 불감증에 상당한 안타까움을 느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과 통일부 뿐만이 아니다. 외교부와 통일부도 중국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이 전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는 다소 엇갈린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국정원 내부에서도 알력이 있었다는 관측도 흘러나왔다. 현 정부 들어 힘을 받고 있는 국정원 내 일부 간부가 김승규 원장을 흔들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김 원장의 사퇴 배경에 통일부, 청와대 등 대북 포용론자와의 갈등이 있고 포용정책이 지속되는데 대해 김 원장이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갈등설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김 원장은 그러나 안보장관회의 등에서는 드러내놓고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보도해명 자료를 내고 사의 표명은 “외교안보 진영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통일부, 청와대 등과의 갈등설에 대해서도 “사실 무근”이라며 일단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대북정책에 대한 외교안보부처내 이견들이 조율 과정없이 불거져 나오는 양상이 계속되는 한 부처간 갈등 설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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