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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일 정부 4개 부처의 개각을 단행하면서 통일부 장관에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임명했다. 이 차장은 국무위원 임명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1월 하순 경 장관직에 정식 임명될 예정이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이 내정자의 NSC 상임위원장 겸임 여부에 대해 “NSC 사무처가 비서실 체제로 편입되면 조직 개편이 뒤따를 수밖에 없고 상임위원장을 누가 어떻게 맡을 것인가는 검토돼야 한다”고 말해 책임장관제를 적용해온 외교안보라인 체제에 변화가 찾아올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 내정자가 정부 내에서 별 논란 없이 정 장관의 후임으로 낙점된 것은 집권 후반기 남북관계를 관리할 실무 전문가형 장관의 필요성 때문으로 보인다.
참여정부가 북한 당국과의 관계개선을 최대 공적(功績)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핵 문제나 정상회담 등의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외교안보부문 정책을 주도해온 이 내정자가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이 내정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수행팀에 참여했으며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활동했다.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 시절 외교안보 분야 인수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지난 3년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사무차장을 맡아 대북사업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NSC 사무차장으로 재직하면서 동북아 균형자, 전략적 유연성,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작계 5029 추진제동 등으로 미국과 마찰을 일으키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감싸기로 일관, 한반도 안보의 근본 축을 뒤흔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검증안된 소장학파 무소불위 권한 휘둘러”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올해 초 “노무현 정부의 외교실패는 NSC에 이종석이라는 검증안된 소장파 학자 한 사람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러왔기 때문”이라며 “이 차장이 노 대통령과 코드를 맞춰 대미ㆍ대중ㆍ대일정책들을 모조리 다 뒤집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이 내정자는 김정일 정권을 지원하는 ‘햇볕정책’의 열렬한 옹호자인데다 북한에 대한 비판은 극구 회피해온 인물이어서 참여정부 코드에 100%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아울러 한미관계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도 있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이 내정자의 임명으로 향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과 외교 안보정책이 ‘자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한미관계를 최악의 상태로 만들고 안보 불안의 한 중심에 서왔었던 이종석씨를 통일부장관에 임명한 것은 북한에 대한 아부 이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려대 유호열 교수는 “이 내정자가 북한문제나 남북문제 전문가이기 때문에 비정치적으로 접근한다면 정치인 장관보다 나은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NSC 상임위원장을 겸할 경우에는 한미동맹이나 외교관계, 국가이익을 남북관계 틀 속에 묶어버릴 가능성이 있어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대학원 대학교 류길재 교수는 “이 내정자는 참여정부의 대북정책 운용에 주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하반기 운영에도 큰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노 대통령과 코드를 맞춰온 비정치인 출신 전문가라는 특징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