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팀 유임…”천안함 대북기조 유지”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오후 신임 국무총리에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내정하는 등 장관급 9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개각을 단행했다. 하지만 김태영 국방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유명환 외교부 장관 등 이른바 외교·안보 부처 수장이 모두 유임돼 주목된다.


총리와 함께 16개 부처(특임장관 포함) 가운데 7개 부처 장관이 교체되고 장관급 2명(총리실장, 중앙노동위원장)이 바뀌는 대폭 인사에서 외교·안보라인은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당초 이들 장관이 그동안 야당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남북관계 경색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경질 요구를 거세게 받았고 개각 발표 직전까지 1∼2명이 바뀔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의외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천안함 정국’에 따른 대북 압박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의지의 표현으로 읽혀진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여전히 ‘날조극’이라며 대남 대결공세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이 최근까지 외교·안보 부처 수장들을 직접 거론하며 ‘남북관계 파탄 책임론’을 펴며 강도 높게 비난을 이어오고 있는 와중에 자칫 ‘교체카드’가 북한에 ‘대북정책 전환’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도 읽혀진다.


한 정부 소식통은 “현 국면에서 외교·안보라인의 인사교체는 북한에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어 정부로서도 섣부른 인사교체를 단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식통 이어 “북한이 관영매체 등을 동원,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통일·국방·외교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아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통일·국방·외교에서의 인사교체는 정부의 대북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해 북한에 우호적인 단체나 현 국면의 전환이 필요한 남북교역업체 등의 남북관계 ‘출구전략’ 목소리를 키우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천안함 사건 이후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대북 무역제재 등 5.24조치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부처 수장의 교체는 오히려 군의 사기 저하 등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김 국방장관의 경우 지난 5월 이후 여러 차례 사퇴 의사를 이 대통령에 표명했지만 천안함침몰사건 이후 떨어진 군의 사기가 고려돼 유임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이상의 전 합참의장이 교체된 상황에서 장관까지 교체될 경우 군의 사기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 장관이 천안함 피격 이후 한미연합훈련을 비롯해 후속조치를 무리 없이 추진해왔고, 전시작전권 연기 등 현안을 챙길 적임자라는 판단도 유임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친북 젊은이는 차라리 북한에 가라”는 베트남 하노이 발언으로 인해 야당과 좌파단체들의 비판에 직면했던 유 외교장관의 경우는 북핵과 천안함 사건 등 민감한 외교적 난제를 맞아 현 정부의 외교노선을 일관성 있게 견지하면서도 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는 경륜과 외교적 숙련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평가다.


유 장관은 천안함 사건 이후 사상 첫 한·미 ‘2+2′(외교·국방장관) 회의를 통해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대외적으로 과시했고, 11월의 G20(주요 20개국) 성공개최와 대북 금융제재, 대이란 제재 등 앞으로 산적해있는 현안들을 풀어가는 데 있어 유 장관의 역할이 긴요한 점도 유임의 배경이 됐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등 추가조치에 나선 상황에서 당분간 대북 압박조치들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말 단행된 청와대 인사에서도 외교안보팀은 모두 유임된 바 있다.


때문에 오는 25일 국정의 반환점을 도는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 대북정책도 상반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연말까지는 원칙적인 남북관계를 주문했던 입장이 고수될 것이란 관측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통일·국방·외교 수장이 이번 개각에서 제외된 것은 천안함 사태 국면이 진행형인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연말까지 기존의 대미·대북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과 단기적으로 갈등국면이 지속되더라도 북한과의 대화국면은 시간이 지나면 가능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정부의 판단도 포함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 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정무와 대북관계 등을 담당하는 특임장관에 내정됨에 따라 그의 영향력이 남북관계에서 어느 방향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현 남북관계 국면에서 이 내정자의 역할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다. 유 교수는 “이 내정자에 대한 남북관계의 역할이 있더라도 중장기적 방향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