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라인 ‘총체적 난관’ 왜 이러나?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쇠고기 파동’과 4강 외교 실패론의 후폭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늑장보고 논란이 터져나왔고 연이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의 ‘망신외교’ 지적과 미국 지명위원회의 독도 귀속국가 명칭 변경 문제 등이 불거졌다.

특히 독도 문제는 민족의 자존심이 걸린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우리 외교부의 뒷북대응은 그 어떤 경우에도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지난달 청와대 비서실 개편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외교안보수석을 교체했지만 외교 현안에 대한 대응능력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외교부 일색의 외교안보라인 구성을 우선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외교안보수석을 비롯해 외교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 총리실장 등이 모두 외교부 출신이다 보니 건전한 견제세력이 없어 아무래도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ARF에서의 대응이다.

ARF 의장성명에 ‘금강산 피살사건’과 ‘10.4정상선언’이 반영됐다 함께 삭제되는 우여곡절은 결국 정부가 금강산 피살사건에 대한 국제공조에 몰두한 나머지 북한이 얼마나 치밀하게 `10.4 정상선언’을 의장성명에 넣기 위해 준비했는 지를 간과했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라는 지적이다.

ARF의장인 싱가포르 조지 여 외무장관이 지난 5월 북한을 방문, 북한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우호협력조약(TAC) 가입을 이끌어 냈고 이를 자신의 업적으로 과시했다는 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면 싱가포르가 이번에 마냥 우리 정부에 우호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지명위원회가 한국령으로 표기했던 독도를 `주권 미지정지역’으로 변경한 것도 사전에 주의를 기울이고 면밀히 체크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8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미정상회담때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독도가 정치적,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지 충분히 설명하고 오류를 바로잡는 쪽으로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8월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서는 한미관계가 다시 한번 출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외교부의 매너리즘이 빚어낸 참사들”이라며 “외교부 출신들이 개개인으로 보면 모두 베스트지만 이들만으로 이뤄진 외교안보라인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외교안보라인이 이처럼 민감한 사안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데는 이명박 대통령에게서도 이유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이 정권 초기 외교안보 분야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제를 강조하다보니 외교안보 관련 현안에 천착할만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에서다.

아울러 이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실용외교’로 치장돼 있을 뿐 철학이나 비전이 빈곤하다보니 관료들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일이 터질때마다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 신시대를 골자로 한 실용외교를 전면에 내세워 남북관계가 경색됨으로써 북미간 해빙무드 조성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제정세의 흐름을 정확히 따라잡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미 예고된 실패”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이 외교안보라인에 없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후보시절 외교안보 정책을 만들었던 이들 중 정부나 청와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인사는 권종락 외교1차관과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정도다.

하물며 이들도 각각의 조직에서 수장이 아니어서 제대로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현장에서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결국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쇄신과 유기적인 시스템 확립이 불가피하며, 이 대통령이 휴가를 끝나고 귀경하면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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