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한미 정상회담 여진에 `당혹’

한미 정상회담이 지난 14일 무난히 끝났음에도 회담 내용에 관련된 여진(餘震)이 그치지 않아 외교부가 난감한 표정이다.

정상회담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후속협의를 통해 6자회담 재개 등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은 터에 정상회담이 끝난 지 4일이 지난 19일 현재까지 회담의 내용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됨에 따라 외교부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대체로 ‘이견을 확인하기보다는 공통분모를 찾는 성격의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였다.

회담 전 한미간에 대북정책,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등을 둘러싼 이견이 노출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듯 양 정상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하고 작통권 환수와 관련해서도 “정치적 문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언급을 이끌어 냈다는 점 등이 그런 평가의 근거였다.

따라서 외교부는 20일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미국으로 보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갖고 ‘포괄적 접근방안’을 세부 조율하기로 하는 등 정상회담의 후속조치에 본격 착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 북한 인권문제가 회담에서 거론됐던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일부 논란이 벌어진 데 이어 최대 성과물인 ‘포괄적 접근방안’과 관련, 미국으로부터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자 ‘실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면서 외교부는 진화에 땀을 흘려야 했다.

여기에 더해 19일 이태식 주미대사가 기자 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에게 미국의 BDA(방코 델타 아시아)에 대한 조사가 지체됨으로써 6자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사가 가속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교부 당국자들은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특히 보도된 이 대사의 발언내용을 청와대가 부인하면서 주미 대사와 정상회담의 주체인 청와대측이 서로 다른 말을 한 상황이 발생하자 외교부로서는 어떤 입장도 내 놓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이날 외교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 대사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놓고 긴 협의를 벌인 끝에 일단 창구를 청와대로 일원화하기로 하고 청와대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올 때까지 공식적인 반응을 내 놓지 않는 쪽으로 정리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이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반응을 내 놓을 수 있겠느냐”며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끝났음에도 양측의 이견이 노출된 것처럼 오해를 사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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