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대북정책 기능 흡수할 듯..`원톱’ 부상

차기 정부에서는 외교통상부가 통일부의 대북정책 결정 기능을 흡수해 외교안보라인의 사실상 `원톱’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이동관 대변인은 4일 외교부 업무보고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인수위 측은 정부 부처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면서 “현재 청와대와 통일부 등에 흩어져 있는 대외정책 기능을 한 군데로 통합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통일부가 관장하는 대북정책 기능을 사실상 외교부에서 넘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외교 소식통은 “국제정세에 대한 명확한 판단과 우방과의 면밀한 공조 속에서 대북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게 차기정부의 기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통일부 조직 자체를 흡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는 또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을 폐지하고 차관급인 외교안보수석 체제로 가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21세기 글로벌 코리아의 위상을 위해서는 외교부가 대외정책에 있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 측의 이같은 입장은 외교부가 현 정부에서는 대외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청와대와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 다른 외교안보 부처의 틈바구니에 끼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작년 11월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 당시 정부가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기권을 택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외교부는 인권이 인류 보편적 가치인 만큼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남북관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기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통일부 등의 의견에 밀렸다.

외교 소식통은 “2006년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했지만 작년에는 기권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인권보호라는 원칙에 있어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동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북한인권과 관련한 유엔 (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해 정부의 오락가락한 행보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차기 정부는 대북문제나 북핵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공조에 상당한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이며 이런 기조에서 외교안보부처 간에 상충된 의견이 나올 경우 외교부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차기정부가 남북관계보다 국제공조에 무게를 실으면서 외교부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외교안보정책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국가안보회의(NSC)와 세부 정책결정을 담당해 온 안보정책조정회의의 틀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관계자는 “오늘 외교부 업무보고에 이어 7일 예정된 통일부와 NSC 등의 보고를 통해 참여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을 들여다 볼 것”이라며 “차기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 방식은 그 이후에 윤곽을 드러낼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NSC는 각 부처에서 올라오는 정보를 취합.조정하는 역할만 해야 하는데 그동안 정책 입안까지 하면서 외교부의 입지가 더 적어졌었다”면서 “앞으로는 청와대가 정보의 수평적 교류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정무와 통상 기능이 함께 해야 외교업무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통상업무를 다른 부처에 넘기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오늘 어떤 조직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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