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당국, 부시친서에 `환영 속 신중’ 반응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3~5일 방북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한 것과 관련, 정부 당국자들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외교통상부 핵심 당국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친서 전달 사실을 힐 차관보의 방북 전에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힐 차관보는 평양 방문 전 서울에 머무는 동안 카운터파트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친서 전달 계획을 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자들은 큰 틀에서 부시 친서가 본인의 임기 중 ‘비핵화 전제 수교’와 ‘신고.불능화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에 확고한 의지가 있음을 직접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려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 당국자는 부시 대통령의 친서 전달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며 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친서 전달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는 것 자체 또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보다 좁혀서 보면 최대 현안인 북핵 신고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고공 플레이’ 성격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고 문제 중에서도 부시 대통령 임기 초반인 2002년 불거진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의혹에 대해 북한이 명쾌하게 신고해야 현 프로세스가 지속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서한에 담겼을 개연성이 높다고 당국자들은 추정했다.

비록 북측이 방북한 힐 차관보에게 UEP 추진 사실을 시인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해진 만큼 북한이 앞으로 UEP에 대해 ‘고백’을 하는 문제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게 당국자들의 예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UEP를 포함한 신고 문제에 있어 실무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부분은 최고위급의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하기 마련”이라며 “북한이 (UEP 신고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좀 느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 당국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뜻이 전달됐다고 해서 북한이 UEP의혹 등을 시인하고 관련 내용을 신고 목록에 포함할 것으로 속단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UEP문제를 시인하고 넘어가겠다는 결단을 내릴 경우 북핵 신고 문제의 조기 돌파가 가능하지만 신고.불능화 이행에 대한 미측 상응조치인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 측이 친서만 보고 결단을 내릴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은 것이다.

특히 북한이 UEP 의혹을 계속 부인하는 것이 UEP를 통한 핵개발 의지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인지, 체면손상을 우려한 때문인지, 시인 대가로 추가적 보상을 원하는 것인지, 정말로 UEP 개발시도가 없었는지 등이 분명치 않은 상황이라 더욱 속단키 어렵다는게 당국자들의 대체적 인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제 북한이 결단을 내려야할 차례”라며 “북.미 간 양자 협의 채널 등을 통해 후속 협의가 계속될 수 있는 만큼 북이 UEP문제 등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지 당분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힐 차관보가 방북을 앞둔 지난 달 29일 한국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위원장에게 전달할 친서를 갖고 있지 않다”고 한데 대해 외교가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힐 차관보가 보안유지를 위해 기자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지만 소식통들은 힐 차관보가 방북에 앞서 한국에 체류한 나흘 사이에 부시 친서가 전달됐고 그런 만큼 한국 도착 당시만 해도 친서를 소지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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