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산에서 열었을까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11일부터 3박4일간 부산에서 열리면서 왜 회담장소가 부산으로 정해졌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담장소가 부산으로 결정된 것은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제18차 회담 때다.

원래 거의 평양과 서울을 차례로 오가며 열리던 장관급회담이 제주도에서 열린 적이 있지만 서울과 서귀포를 제외한 우리측 도시에서 열리는 것은 부산이 처음이다.

부산으로 정한 것은 우리측 제안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배경으로는 누리마루APEC하우스와 부산의 신발산업이 꼽히고 있다.

누리마루는 작년 11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려 21개국 정상들이 부산선언을 발표하고 전통 두루마기 차림으로 기념촬영을 한 장소다.

애초 정부 내에서는 작년 남북 간 6.17 면담과 6자회담 재개, 9.19 공동성명 채택 등을 바탕으로 APEC정상회의를 한반도 평화체제와 북핵 해결의 전기로 삼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아울러 북한을 옵서버로 초청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상회의 의장인 노무현 대통령은 11월 19일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북핵문제와 관련한 구두성명을 통해 APEC 정상들이 6자회담에서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긍정적인 진전들이 이뤄진 것을 환영하고 9.19성명을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성실히 이행할 것을 권장했다고 밝혔다.

결국 누리마루는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APEC 정상들이 주문한 자리인 셈이다.

이 같은 상징성 때문에 장관급회담의 공동만찬 및 전체회의 장소를 누리마루로 정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누리마루 때문에 부산을 회담지로 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 소식통은 “숙소인 웨스틴조선호텔에 전체회의를 진행할 만한 공간이 없어 누리마루를 회담장으로 정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부산이 한때 세계 신발제조업계를 호령한 국내 신발산업의 메카인 점이 고려됐다는 설명도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10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합의한 대북 원자재 제공사업의 핵심 품목이 신발이기 때문이다.

북측 대표단의 참관 장소로 최적이라고 정부가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는 신발산업진흥센터가 있고 신발업체도 다수 입주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라 이번에 신발산업 현장 참관이 어려워 보이고 누리마루의 명성에 걸맞은 성과를 내기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맞물리면서 애초에 기대한 의미가 퇴색해 버린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장관급회담이 미사일 파고를 넘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한 의미 있는 신호를 얻어낼 수 있다면 그나마 부산 개최의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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