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과 오역 ‘PD수첩’ 무죄? 상식 밖 판결

20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 5명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광우병 위험을 왜곡·과장 보도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정책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한데에 따른 첫 번째 판결이다.


문제의 방송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2008년 4월29일 방송)’의 제작과정에 참여했던 번역자 정지민 씨가 직접 밝힌 번역오류, 검찰수사 결과 30곳이 넘는 왜곡과 오역이 밝혀졌고, “출범100일 된 정권의 생명줄을 끊어놓고 싶었다”는 김 모 작가의 이메일이 공개된 마당에 법원이 “의도성이 없었다”며 무죄판결을 내렸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또 서울고법에서도 2009년 6월17일 “PD수첩 일부내용을 정정, 반론보도 해야”한다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때문에 단순히 재판부가 다르다는 점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왔다는 점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특히 재판 당사자인 정 전 장관은 당시 소회를 담아 편 책 ‘박비향’에서 “PD수첩은 쇠고기 협상에 관한 보도가 아니라 광우병에 초점을 맞춘 공포드라마였다. (나는) 국민들을 광우병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협상대표자인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데 일반 국민들은 오죽하겠는가?”라고 소회했다.


‘촛불집회’ 당시 마치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처럼 비쳐졌던 점을 감안하면 한 개인으로서도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서도 심각한 명예훼손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검찰은 재판부의 판단에 즉각 항소할 방침을 정했다. 때문에 법리적 판단은 항소심에서 다시 가려질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문제의 방송이 도화선이 되어 2008년 여름 우리 국민들은 커다란 사회적 갈등을 겪었다는 점은 집고 넘어가야 한다.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죄와는 별개로 PD수첩 제작진들이 져야할 도의적 책임은 여전히 있다는 얘기다.


후속방송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2(2008년 5월13일 방송)’, ‘쇠고기 협상, 그 후 1년(2009년 4월28일 방송)’을 보면 제작진은 일부 ‘하찮은(?) 번역오류’가 있었을 뿐이라고 변명하는데 급급했다. 왜곡사실이 들어났음에도 자성의 목소리 대신 ‘방송 권력’을 통해 자신들 주장의 정당성만을 피력했다.


광우병의심환자라고 취재했던 미국인 아레사 빈슨은 ‘베르니케뇌병변’으로 밝혀졌음에도 지금까지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언론자유를 탄압받고 있다며 언론사 카메라를 향해 한 손을 치켜들고 ‘언론자유 수호’를 외쳤다.


PD수첩 제작진은 공영방송으로서 광우병의 실체를 정확히 전달하지 않았다. 오히려 광우병에 대해 선정적이며 공포감을 조장하는 화면과 해설을 통해 청소년들과 유모차를 대동한 어머니들을 거리로 나가게 만들었다. 그렇게 ‘광우병괴담’은 확대 재생산되었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이 왜곡 과장됐다는 사실은 전문가들과 다른 재판부의 판결을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미국인과 한국 교포들,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는 국가 국민들 중에 이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은 경험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촛불시위와 광우병괴담으로 인해 2008년 여름 두 달 동안 2조5천900여억 원의 사회적비용이 들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사회의 갈등 등의 사회적 비용은 더욱 엄청나다. 이런 피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것인가?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판결로 사회적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태세다.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역시 심각한 파열이 예상된다.


제작진과 일부 언론단체는 이번 판결로 언론장악을 막아냈다고 의기양양해있을지 모르나 언론인으로서 생명인 사실전달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과 대한민국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도덕적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이 PD수첩제작진에게 도의적 책임에 대한 면죄부까지 준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