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비료지원 남북관계 밑거름될까

북한이 올해 45만t의 비료를 요청해 오면서 비료 지원이 이뤄질 경우 남북관계에 어떤 결실을 볼지 주목된다.

결실에 대한 기대는 남북관계에서 비료가 갖는 양면성 때문에 나온다.

비료가 식량난 완화를 위한 인도적 성격을 갖지만 때로는 북측의 긍정적인 행동을 이끄는 ‘약효’도 갖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측은 명시적으로 어떤 대가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내심 북측의 반응을 기대하고 북측도 그냥 받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이 같은 분석의 바탕에 깔려 있다.

특히 이런 분위기는 최근 들어 두드러지는 것처럼 보여진다.

비료지원이 인도적 차원이기는 하지만 ‘주고 받기’를 통한 확대발전을 강조하는 경협의 경향과 떼 놓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이는 비료가 대화 재개의 매개가 된 작년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주공(主攻)전선’을 농업 증산에 둔 북한은 1월부터 비료 지원을 요청했지만 우리측은 그동안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서 비료지원이 협의됐다는 관례를 들어 사실상 대화와 연계했다. 작년 초에는 대화가 전면 중단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북측은 하루가 급했고 봄 비료를 줄 시기가 거의 지나갈 무렵인 5월 우리측의 대화 재개요청에 호응해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5월 16∼19일 열린 남북차관급회담에서는 비료지원은 물론 지난해 남북관계의 하이라이트인 ‘6.17면담’을 만든 6.15 기념 당국대표단 파견에도 합의했다.

6자회담 재개의 동력이 된 ‘중대제안’도 이 자리에서 처음 북측에 제안됐다.

그렇다면 올해는 정부가 비료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까.

정부는 아직 지원의 규모나 시기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지난해 연말 작성한 남북협력기금 운용계획 초안에 1천82억원이 올해 비료지원용으로 책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비료지원은 올해도 이뤄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지원을 한다면 우선 북측이 요구한 봄철 비료 15만t 이내로 국한하고 추후 물량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와 종합적인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봄철 비료를 포함한 총량은 과거 사례로 대량 추정이 가능하다.

처음 시작된 1999년에 정부 11만5천t, 한적 4만t 등 15만5천t이 북송된 데 이어 2000∼2004년에는 20만t을 제공한 2001년을 빼면 매년 30만t을 지원했고 작년에는 가장 많은 35만t을 무상 제공했다.

이번 요청량이 45만t이지만 과거 실적과 올해 기금운용계획에 비춰 작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단가가 비싼 ‘종합영양제’에 해당하는 복합비료의 제공량을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소비료나 유안비료의 양을 늘리는 등 품종 지원 비율을 조절할 경우 양이 더 많아질 수 있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어떤 절차에 따라 언제 주느냐는 것이다.

우선 지원결정은 관행상 올해도 형식적으로나마 당국 간 회담에서 논의한 뒤 이뤄질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이 경우 북측의 다급한 사정이나 요청 시기를 감안할 때 2월말로 예정된 제7차 적십자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또 미뤄지더라도 3월말 제18차 장관급회담을 넘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당국 간 협의 없이도 15만t 이내에서 지원을 결정할 공산도 크다.

이는 작년과 달리 회담의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 조기에 지원을 결정한다면 7차 적십자회담의 개최에 앞서 회담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비료가 지원될 경우 북측의 곡물 증산에 중요한 기반이 되겠지만 작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점에서 오는 21∼23일 금강산에서 납북자 및 국군포로의 생사확인이나 이산가족 서신교환 문제를 협의할 7차 남북적십자회담과 이르면 이달 말 열릴 제3차 장성급군사회담에서 진일보한 합의가 가능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