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한자성어 ‘방기곡경'(旁岐曲逕)

2009년 한국 사회의 모습을 비유한 사자성어로 ‘방기곡경'(旁岐曲逕)이 선정됐다. 각종 현안 등에 대한 정치권의 정쟁(政爭)을 비판한 것이다.


교수신문은 전국 각 대학 교수, 일간지 칼럼니스트 등 지식인 216명을 대상으로 8~14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방기곡경’이 뽑혔다고 20일 밝혔다.


‘방기곡경’이란 옆으로 난 샛길과 구불구불한 길이라는 뜻으로, 일을 추진함에 있어 바른 길을 좇아서 순탄(順坦)하게 하지 않고 정당(正當)한 방법(方法)이 아닌 그릇되고 억지스럽게 함을 이르는 말이다.


‘방기곡경’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것은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추진, 미디어법 처리 등 굵직한 정책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타협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샛길, 굽은 길로 돌아갔음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교수신문은 전했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는 “정치권과 정부가 여러 정치적 갈등을 안고 있는 문제를 국민의 동의 등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처리한 행태를 적절히 빗댄 것”이라며 “한국 정치가 바르고 큰길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소망까지 반영된 사자성어”라고 설명했다.


손주경 고려대 교수(불문학)는 “긴 안목으로 국가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든 이의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물리적 이익을 취하려다 정신의 풍요로움을 버리지 않았는지를 성찰하지 않았던 해”라고 지적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는 “정부의 신뢰를 저버리는 정책 추진으로 인해 현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꼬집었고, 이영석 광주대 교수(영문학)는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등 여러 현안들을 진솔하고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임기웅변 식으로 모면하려는 인상이 강했다”고 비판했다.

설문조사에서는 ‘방기곡경’ 외에 서로 옳음을 주장하지만, 중도를 얻지 못한다는 뜻의 ‘중강부중'(重剛不中),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한다는 의미의 ‘갑론을박'(甲論乙駁), 가는 세월이 물과 같다는 ‘서자여사'(逝者如斯), 숯불을 안고 있으면서 서늘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목적과 행동이 다른 경우에 사용하는 ‘포탄희량‘(抱炭希凉) 등도 후보로 제시됐다.


지난해는 병이 있는데도 의사한테 보여 치료받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과실이 있으면서도 남에게 충고받기를 싫어함을 비유한 ‘호질기’의(護疾忌醫), 2007년에는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의미로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도덕불감증 세태를 풍자한 ‘자기기인'(自欺欺人)이 각각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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