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라이스, 힐 3각 인연

북한 핵문제를 놓고 씨름했던 미국의 전직 외교사령탑과 현장 지휘관 3인의 남다른 인연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주인공은 올해 가을 미국 덴버대학교 학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 크리스토퍼 힐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이들을 연결해 주는 공통분모는 `덴버대’와 `북핵’이다.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시절 북한 핵문제를 전담했던 힐 대사는 9월 1일부터 덴버대의 조지프 코벨 국제관계대학 학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코벨 국제관계대학은 1964년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부친 조지프 코벨에 의해 설립됐으며, 이 곳을 졸업한 가장 유명한 졸업생은 바로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외교수장을 맡았던 라이스 전 장관이다.









크리스토퍼 힐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AP=연합뉴스, 자료사진)

체코 태생인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지난 2008년 콜로라도주 덴버시에서 열린 `애스펜 음악축제’에 참석, 자신의 부친으로부터 옛 소련문제를 사사하고 `체코군대와 소련’이라는 박사논문을 썼던 라이스 장관에 대해 “나와 라이스는 체코가 맺어준 자매사이”라고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힐 대사는 외교관에서 교수로 `전업’하게 된데 대해 “코벨 국제관계대학으로 옮기게 돼 기쁘다”며 “유능한 교수진과 함께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교육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을 필생의 기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의 조사에 따르면 코벨 국제관계대학은 전 세계 유수 대학의 박사과정 랭킹에서 예일대,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함께 공동 12위를 기록했다.

북핵 문제는 이들 3인을 연결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미국의 첫 여성 국무장관이었던 올브라이트는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였던 2000년 10월 북한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저지 및 유예문제,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평양방문 문제 등을 두루 협의한 바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지금은 스탠퍼드대 학장으로 복귀한 라이스 전 장관은 힐 전 차관보와 함께 북한의 핵불능화 합의를 이끌어내고 목표달성에 근접하는 듯했으나, 핵검증 문제라는 막판 암초에 걸려 6자회담이 공전되던 2009년 초 북핵정책의 지휘봉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넘겨줘야 했다.

북한 비핵화의 지침서격인 9.19 공동성명,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 폭파 등은 모두 라이스-힐 라인에서 이뤄졌던 작품이지만, 2008년 말을 기점으로 북한의 무성의한 태도와 잇단 도발행위로 인해 지금은 당시 쏟았던 외교적 노력과 결과물의 빛이 바랜 상태이기는 하다.

치열했던 외교현장을 떠나 강단에 서게 되는 힐 전 차관보가 북핵 협상가 시절의 경험과 지식을 후학들에게 어떻게 전수할지 관심을 모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