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식구가 떠나던 날 애써 눈물 참으시던 북녁의 어머니…”

“어머니, 온 식구가 떠나던 날 밤 애써 눈물을 참으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함께 가자는 저희에게 ‘너희 아버지 산소가 여기 있고, 집이 비지 않느냐’라고 하셨죠? ‘애들만 보내면서 나라고 왜 따라서고 싶은 생각이 없었겠냐 험한 길에 짐이 될까 애써 혼자 남았다’는 말씀을 뒤늦게 들으며 우리 식구는 밤새 울었습니다.”

6년째 북한이탈주민(탈북자)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북녘 고향으로 보내는 편지’ 모음집을 발간해온 (사)새롭고하나된조국을위한모임(새조위)가 이 중 40편을 책으로 엮어 ‘고향 마을 살구꽃은 피는데’를 최근 출간했다.

이 책은 남한에 온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 친척,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탈북자들의 미안한 마음, 전하지 못한 사연, 선뜻 달려가 도와주지 못하는 애절함과 원통함이 절절히 담겨져 있다.

이들 중에는 특히 8살에 헤어진 엄마를, 엄마라 부르는 것이 제일 부러우면서도 어색한 이름이라고 편지에 적은 14살 소년과 해가 바뀔수록 더해만 가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뼈를 깍는 것 같아 산중에 올라가 목이 터지게 부르면 행여 신기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러기를 몇 번 한다는 어린 소녀도 있었다.

이처럼 탈북자들은 ‘배달되지 않는 편지’를 통해 책의 갈피갈피 마다 자신의 눈물을 삼키며 그리움을 전하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우고 있다.

새조위 신미녀 대표는 “처음에는 사무치는 마음을 엿보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어 망설였고, 그들의 아린 가슴을 드러내게 하는 게 두렵기도 했다”며 “하지만 편지 하나하나를 읽을 때 마다 우리는 뉘우침과 다짐 그리고 이들에게 뭔가 길이 없을까, 길을 만들어 줄 방법이 없을까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신 대표는 이어 “북한의 생활을 너무나 잘 아는 이들, 어떤 고통 속에 사는지 묻기조차 두려워 배달되지 않는 편지에 사연을 적어 보내 기막힘을 달래보려 한다”면서 “편지를 통해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을 이해하고 북한동포를 알아가는 기회가 되어 남북한 주민이 화합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우리 민족에게 남긴 상처와 시대적 현실이 북한이탈주민(탈북자)들의 편지마다에 그대로 담겨 있다”며 “하루 빨리 이런 현실이 사라질 수 있길 간절히 염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