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중남미 ‘화약고’로 부상하나?

온두라스 호세 마누엘 셀라야(Jose Manuel Zelaya) 대통령의 추방과 관련, 미국과 국제사회, 중남미 반미좌파 정권, 온두라스 내부 등이 서로 각기 다른 입장으로 맞서고 있어 온두라스 쿠데타 사건이 국제정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셀라야 대통령의 복귀와 민주주의 복원’ 입장을 천명했고, 중남미 반미좌파정권들 역시 ‘셀라야 복권’을 주장하며 군사적 개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온두라스의 로베르토 미첼레티 대통령 권한 대행은 이를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며 무력대응 입장을 천명했다. 온두라스 내부 민심 또한 셀라야 대통령 지지자들과 군부 쿠데타 지지세력의 대립으로 혼미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1838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온두라스는 1981년부터 4년 임기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민주적 선거가 시작돼, 중도좌파 성향의 자유당과 중도우파 성향의 국민당이 최근까지 정권교체를 이뤄왔다.

그러나 셀라야 대통령이 4년 임기의 대통령단임제 헌법조항을 개정해 재집권을 시도하자, 대법원은 개헌 국민투표 당일인 지난 28일 “개헌은 위헌”이라고 선언했고, 급기야 이날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그를 코스타리카로 추방했다. 의회는 곧바로 미첼레티 국회의장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선출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는 쿠데타 사태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축출된 셀레야 대통령의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9일 이번 쿠데타를 “어두운 과거로의 회귀”라고 평가하며, “셀레야 대통령의 복귀와 민주주의의 복원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온두라스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의 복귀와 인권 보호를 촉구했다. 미구엘 데스코토 브로크만 유엔총회 의장 역시 자신이 셀레야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유엔총회에 참석해 온두라스 상황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온두라스 쿠데타 세력을 압박할 수 있는 실제카드는 변변치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단 쿠데타에 대한 반대 입장은 분명히 했지만, 그렇다고 셀라야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재집권을 시도했던 자체를 옹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 남미의 반미정권들이 대부분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연임제한 폐지를 골자로 한 국민투표에서 54%의 찬성으로 장기집권의 초석을 다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비롯해 에콰도르·볼리비아 등이 이미 개헌에 성공했고, 브라질·니카라과 등 좌파 정권도 개헌을 준비 중이다.

이번 온두라스 사태와 관련, 중남미 반미 정권들은 비난의 화살을 쿠데타세력과 미국 모두에 겨누고 있다. 미국이 실제로는 배후에서 쿠데타를 조종했으면서도 겉으로는 쿠데타를 반대하는 척하며 온두라스 내정간섭의 기반을 갖추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 등 중남미 지도자들은 온두라스 쿠데타 직후 니카라과의 수도 마나과에서 회동을 갖고 셀라야 대통령의 복권을 촉구하고 하면서 “쿠데타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중남미 지도자들은 온두라스 사태가 1980년대 중남미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군사 쿠데타 도미노 현상으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다. 또, 온두라스 문제로 인해 중남미 지역에서 ‘절차상 민주주의’ 논쟁이 확산 될 경우 자신들에게도 이득될 것이 없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러한 주변국과 국제사회 반응에 대해 미첼레티 대통령 권한대행은 “온두라스인 80~90%가 이번 일에 만족한다”며 “내정간섭엔 무력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미첼레티 대행은 또 “셀레야가 귀국하면 체포해 재판에 회부할 것”이라며 “자신은 셀레야의 남은 임기만을 채우고 이후 건전한 선거의 관리자 역할만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온두라스 사태가 상징하는 논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국민 의견수렴이 가능한 국가에서 발생한 쿠데타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문제제기가 불가피하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의회와 대법원의 기능과 권한을 무시하고 장기집권을 위해 추진된 개헌 투표가 절차상 적법성을 갖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 같은 논란과 별개로 군사력이 동원된 무력충돌까지 발생하게 되면 온두라스 사태는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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