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대’ 가 뭐길래…이웃간 다툼으로 60代 사망

함경북도 회령에서 이웃간 ‘땔감 다툼’으로 60대 노인이 사망하고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회령시 원산리 김충완(67세)는 지난 달 21일 오후, 햇 옥수수를 수확한 밭에 남아 있던 젖은 옥수수대를 모아 집 마당에 널었다. 북한에서 옥수수대는 겨울철 협동농장 소 사료로 사용하거나 농민들의 난방 재료로 이용되는 중요 ‘월동품’ 중 하나다.

김 씨가 옥수수대를 걷어왔던 밭은 이웃 인민반에 살던 장경일(43세) 씨가 ‘개인밭’으로 경작하던 곳이었다. 밭에서 옥수수대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장 씨는 즉시 인민반을 돌아다니며 찾아 나섰고, 결국 김 씨 집 마당에서 자신의 옥수수대를 찾아냈다.

겨울철 땔감으로 옥수수대가 필요하긴 장 씨도 마찬가지. 결국 아버지뻘 되는 김 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옥수수대가 장 씨 물건임을 김 씨가 인정하긴 했지만, 속이 뒤틀린 두 사람은 말다툼은 유치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장 씨는 김씨에게 “도둑질 한 물건이니 우리 집까지 옮겨 달라”고 요구했고, 김 씨는 “내가 밭에서 걷어오는 바람에 오리려 너희 집에 더 가까워 졌으니 그럴 수 없다”고 맞섰다.

김 씨는 “차라리 밭에 도로 갖다 놓을 것”이라며 옥수수대를 챙겼다. 이를 말리던 장 씨와 김 씨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장 씨의 완력을 못이긴 김 씨가 바닥에 쓰러지며 마당에 놓여 있던 화로에 머리를 부딪혔다. 어이없게도 김 씨는 뇌진탕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현재 장 씨는 ‘과실적 중상의 살인 죄’로 회령시 보안서에서 ‘예심’이라 불리는 조사를 받고 있다.

북한에서는 겨울철 땔감 나무가 말 그대로 ‘금값’이다. 지난 1월 회령시장에서는 땔감나무 ‘1입방’(가로․세로․높이 1미터)에 4만원이었다. 함경북도 국경지역에서 통상 겨울 한철을 나기 위해서는 10입방(40만원) 정도의 나무가 필요하다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설명이다.

당시 회령 지역의 옥수수 가격이 kg당 900원이었으니 옥수수 445kg을 살 수 있는 돈이다. 옥수수 445kg이면 협동농장 농민들이 1년 내내 일하고 받는 식량 분배량의 두 배가 넘는다.

옥수수대 때문에 살인이 벌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머리 아픈 계산을 거쳐야만 이해되는 ‘상상’이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해마다 반복되는 ‘악몽’이다.

그렇다면 석탄 사정은 어떨까? 나무 값이나 석탄 값이나 그게 그거다. 지난 1월 회령시장에서는 약 7kg정도 되는 양동이 1개에 북한 돈 2천원이었다.

석탄은 무게에 비해 부피가 작기 때문에 ‘양동이 1개’는 하루세끼 밥해먹는 것과 아궁이에 불이 꺼지지 않을 정도의 온기를 유지하는데 그친다. 겨울 한철 석탄으로 난방을 해결하자면 이 역시 수십만원 돈이 필요하다.

이렇게 난방연료가 부족하다보니 북한의 서민들은 여름이 끝나기 무섭게 겨울철 난방재료 확보에 나선다. 옥수수대와 벼뿌리, 배추뿌리와 같은 것들을 말리기 시작하고, 소똥과 말똥까지 닥치는 데로 모은다. 도시 주민들은 남들보다 먼저 주변 야산에 나가 마른 풀과 낙엽을 모아야 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북한 주민들은 “식량 보다 땔감 문제가 더 걱정” 이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한국으로부터 원조, 중국으로부터 유입, 개인 소토지 개발 등 식량 원천은 90년대 보다 늘었지만, 석탄․땔감과 같은 난방 원료는 오히려 그 원천이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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