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 “한반도 핵사용시 일본·중국도 파멸”

“내가 오늘 판문점에서 받은 인상은 매우 무겁고 깊습니다.”

’평화를 위한 글쓰기’라는 주제로 24-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던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한 일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27일 판문점을 방문한 뒤 “전쟁의 상처를 20세기 안에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생각에서 마음이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에는 남북 군인들의 삼엄한 경비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노 코멘트”라며 발언을 극도로 삼갔다. 그러면서 연합뉴스 기자에게 “(사진기를 가져오지 못했지만 이곳 풍경을) 마음 속에 담고 간다”고 짤막하게 소감을 밝혔다.

방문 직후 파주 헤이리 북하우스에서 취재진으로부터 “판문점 방문 소감을 말해 달라”는 요청을 계속 받자 “20세기의 전쟁으로 인한 분단 문제가 21세기 초반 30년 동안은 원상태로 보상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그 문제 가운데 하나가 지금 여기 (판문점에) 현실로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판문점 현장에서 이같은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였다”면서 “판문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은 전쟁이 야기한 문제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오에는 “국경 분단은 인간들이 20세기에 만들어낸 가장 해결하기 곤란한 문제”라며 “이 문제를 21세기 전반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확실하게 자각하고 간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세계 사람들은 지혜를 모아 열심히, 심각하게 고민해서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단 해결은 체제가 다르다는 문제와 함께 내셔널리즘, 환경 문제 등이 복잡하게 관련돼 있어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판문점에서 무겁게 인식했다”며 “그런 점에서 서울국제문학포럼 참가작가들이 서명한 ’서울평화선언’은 아주 잘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서울평화선언에 한반도가 핵전쟁에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자 의미있는 일”이라며 “만일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일본과 중국도 파멸에 이르며, 나아가 아시아 전체의 평화가 손상된다”고 경고했다.

또 서울평화선언에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의 환경보존문제를 언급한 것은 소설가로서 스스로도 자주 생각해온 문제여서 매우 잘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오에는 “너무 평범한 소감을 밝혀 벌써 비판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며 한반도 문제에 의견을 밝히는 것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는 현재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 부활 등을 경계하는 평화헌법 9조 수호운동을 펼치고 있다./판문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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