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옆에서 자고 싶어요”

“내가 어릴 적에 오빠가 학교에 갔다 오면 오빠 옆에서 잠자기를 좋아했잖아요. 오빠 건강하게 지내 통일되면 함께 자도록 해요”
27일 오전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에 마련된 제4차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에서 6.25 전쟁때 북에 두고 온 동생 전정순(71.여)씨와 전씨의 딸 리효순(45.여)씨를 화면을 통해 만난 전경화(92)할아버지는 시종일관 기쁨의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북측 정순씨가 4남2녀의 막내로 어릴 적에 오빠들의 사랑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상기된 표정으로 말하자 남매들 가운데 맏이인 전 할아버지는 “네가 어릴 때 많이 예뻤잖아”라며 이제는 일흔 살이 넘어 할머니가 돼 버린 동생에게서 어린 시절의 모습을 찾아냈다.

정순씨는 나이가 들어 훤하게 벗겨진 오빠의 머리를 가리키며 “아버지 머리가 벗겨졌잖아요. 오빠 머리를 보자마자 내 오빠가 맞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하자 전 할아버지는 막내 아들을 쳐다보며 “내 아들도 지금 머리가 벗겨지고 있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어”라고 웃으며 서로 한 가족임을 확인했다.

남북의 오누이는 마치 오랫동안 옆에서 살다 만난 사이처럼 상봉시간 내내 가족들의 안부와 건강, 옛날 얘기 등을 나누며 환하게 웃었다.

정순씨가 “혈육이 끊어졌다가 오늘 화상상봉으로 우리 핏줄이 다시 이어진 것을 느꼈다”며 “눈물보다 반가운 생각 뿐”이라고 말하자 전 할아버지도 손뼉을 치며 동감을 표시했다.

전 할아버지의 아들이 “혹시 금강산에 가면 서로 만나볼 수 있는지?”라고 북측 가족들에게 묻자 전 할아버지는 “내가 세계 여러 곳을 다녀왔지만 금강산은 가기 싫다”며 고향과 헤어진 가족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드러내 주변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했다.

상봉 끝에 북측 여동생과 조카가 통일을 기원하는 노래를 부르자 전 할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환한 웃음과 박수로 화답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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