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000년 ‘북미 공동코뮈니케’부터 출발해야?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위해 오바마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 때보다 더 적극적인 ‘포용정책’을 펼쳐야 하고, 2000년 ‘미-북 공동코뮈니케’를 미북관계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일 평화재단(이사장 법륜)이 주최한 ‘동북아 평화를 위한 오바마 미국 차기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제안한다’는 정책연구제안서 대표 발제자로 나선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시 행정부가 지난 클린턴 정부와 북한이 체결한 합의를 부정해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0년 ‘미북 공동코뮈니케 합의’에서는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방문 등 미북관계의 전면적 개선과 평화보장체계 전환, 경제협조와 교류, 제네바 기본합의 이행, 인도주의 분야에서의 협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부시의 대북 압박정책은 북핵문제의 해결은커녕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준 셈”이라며 “북한이 느끼는 위협감을 감소시켜 줌으로써 국제사회의 평화공존과 북한이 경제사회 발전에 대한 추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제안서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포함한 포괄적 해법이 추진돼야 한다”며 미국이 북한에 단독 혹은 국제사회와 공동 제공할 인센티브로 ▲부분적 또는 완전한 미북 외교관계의 수립 ▲미 대통령이 서명한 북에 대한 안전보장 ▲대북제재의 추가 해제 ▲다자프로그램의 일부로서 대북 에너지 제공 및 경제지원 ▲북한이 NPT·IAEA 재가입시 새로운 경수로 제공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제안서는 북한주민 인권개선과 관련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경제협력과 관계정상화의 진전을 통한 신뢰관계 구축에 맞춰 추진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북한에게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인권유린의 집행자이자 문제해결의 당사자인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워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개선에 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에 대해 논평자로 나선 주한 미대사관 브라이언 맥피터스 정치과 대외관계 팀장은 “미 행정부가 새롭게 바뀐다고 해도 외교정책은 지속된다”며 “현재의 6자회담과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새 행정부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9·19공동선언을 통해 북한의 핵포기를 위해 에너지 지원, 경제원조 등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고, 최근 미 국무부도 6자회담을 ‘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의 한반도정책에서) 북한인권문제도 중요한 정책우선순위”라며 “2004년 미 의회에서의 북한인권법 승인은 대다수의 찬성으로 통과된 법”이라고 소개,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북한인권에 대한 구체적 조치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서주석 책임연구위원도 이날 제안서에 대한 논평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북미관계 출발점을 2000년 ‘북미공동코뮈니케’이 돼야 한다는 평화재단의 주장에 대해 “부시의 성과들을 도외시함으로써 부시 정부의 ABC(Anything But Cliton)정책과 비슷한 태도로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책임연구위원은 이어 “2000년 이후에도 북미관계의 진전의 약속과 합의라 할 수 있는 9·19성명과 단기별 협의결과 모두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도 북미대화의 출발점을 2000년 코뮈니케로 삼는 것은 협소한 측면이 있다면서 “부시행정부 기간에 이뤄진 9·19성명을 비롯,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 10·4선언 등까지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미 실패로 판명된 과거 햇볕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인물들이 오바마 행정부 출범에 맞춰 대북, 대외정책 전면에 다시 등장하기를 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미 북한에게 몇 차례 뒷통수를 맞은 바 있는 미 민주당 정부가 실패한 한국의 햇볕정책을 참고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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