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 북한 문제 진전 서두르지 않는다

대북정책 완화설이 서울과 워싱턴 외교가에서 다시 떠돌고 있다. 워싱턴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우려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남북 대화의 재개를 위해 내건 선결 조건들을 취소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說)에 따르면, 한국이 전제조건을 철회해 남북대화가 재개될 경우 미국은 북한과의 본격적인 양자회담을 시작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미국의 대북접촉 추진은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의 진전을 기대한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의 현실적인 목표는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만큼은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을 것이다.


미국의 외교관들이 공유하고 있을만한 이와 같은 소문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필자가 볼 때 이러한 기대나 전망은 ‘북한이 협상 중에는 도발을 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설사 이러한 방향으로 접촉이 진행된다고 해도 북한은 대화가 형식적인 것임을 재빨리 깨닫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회담장에서 걸어 나오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시나리오의 가장 최근 사례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미국 순방과 관련이 있다. 김성환 장관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식량 원조 및 관여 계획에 순응하도록 압박에 처해질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이어진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을 넘어 평화를 열자는) 더욱 부드러워진’ 발표문은 이와 같은 소문의 신빙성을 ‘증명’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소문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그리고 대부분 거짓으로 밝혀졌다.


2011년 초 남한의 언론은 재개된 남북 양국 정부의 상호 접촉 시도에 대한 기사로 가득했다. 북한의 신년사설을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북한 정권은 도발에서 유화정책으로 태도 변화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들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 대화 및 다자 핵 협상의 재개를 알리는 ‘드라마틱한 정책 전환’의 신호탄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현실은 이와 같은 가상의 정책 변화를 훨씬 적게 반영하고 있다. 남한과 미국 정부는 그 동안 전제 조건이 분명한 외교 정책을 추구해왔다. 정부가 보이는 대외적인 메시지는 정책의 변화보다는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 머물러 있다.


대북정책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여러 혼란이 발생하는 배경에는 한미 정부가 추구하는 당근과 채찍의 ‘투트랙 정책(two track policy)’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양국 정부는 외교적 회유와 협박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두 노선의 우선 순위는 때때로 뒤바뀌기도 하는데, 이는 수사적 발언의 강약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과 유사한 이치이다. 언론의 보도는 흔히 복잡한 메시지에 대한 분석가들의 극도로 단순화된 분석을 담고 있는데, (언론에 등장하는) 일부 분석가는 과거의 무조건적인 유화정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확실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는 계속해서 북한과의 접촉 부재의 부정적인 측면을 인식하고, 대화의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서에 따라 그리고 심지어는 개별 정책 결정자에 따라 북한 정권에 손을 내밀고 싶어하는 정도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하게도 미국 정부가 접촉 재개를 고려하기 시작할 때마다 북한은 남한에 대한 공격, 협박, 또는 협상의 파기 등의 방법으로 그 어떠한 시도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지금까지 오바마 행정부는 대화 재개를 위한 선결 조건의 제거나 남한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할 정도로 북한 문제에 있어서의 진전을 꾀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상황이 유지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2009년 이후 남한 정부와의 소통을 단절하고, 이명박 정부와 절대로 대화를 하지 않기로 엄포를 놓은 쪽은 북한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엄포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통해 긴장을 완화시키자는 제안을 정기적으로 해온다. 그것도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전규칙을 어기는 와중에 말이다.


그 어떤 경우도 북한과의 궁극적인 대화 재개의 가능성이 배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선 외교전이라는 전쟁터에 보다 잘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과 불법 활동을 용이하게 하는 국가와 기업, 그리고 은행들에 대한 제재를 보다 엄격하게 진행시켜야 한다. 


아울러 어떠한 환상도 배제하고 협상장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화의 재개는 전투원들을 링 위로 모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동안 6자회담의 성과는 미미했다. 북한과의 입장 차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는 노력보다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모호한 합의문을 작성하는 데 불과했다. 따라서 가장 어려운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협상의 실패는 미국 또는 남한의 ‘적대적인 정책’의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북한이 약속을 반복적으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6자회담은 2008년에 종결됐는데, 이는 북한이 검증 협약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2010년 말에 이뤄진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는 포괄적인 협상의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2008년보다 훨씬 더 심층적인 검증 조치가 필요해 졌기 때문이다. 


대화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협상이 성공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은 소수다. 북한은 유화정책을 주장하는 이들의 희망을 누차 꺾어왔으며 지금과 같은 수준의 불신이 존재하는 상황은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든다. 북한은 항상 다른 대화 상대자들에게 (태도나 정책의) 변화를 요구했었고 미국과 남한은 반복적으로 그러한 요구를 수용할 의사를 보여왔다.


이제는 북한이 스스로 전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이러한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때가 왔다. 구체적으로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요원들을 우라늄 관련 시설들을 포함해 영변 지역으로 복귀시키고, 6자회담에 따른 핵 시설 해체 의무를 재개하며, 우라늄 관련 정보가 포함된 완전하고 정확한 데이터 선언문을 제공해야 한다. 이제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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