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식? 그럼 지금껏 누가 대통령이었나?”

20일(현지시간) 진행된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취임식과 관련, 기자와 통화한 북한 주민들은 “그럼 지금까지 오바마가 대통령이 아니었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함경북도 무산에 거주하는 40대 오혜선(가명)씨는 20일 오전 기자와 통화에서 “오바마가 오늘 취임했다면,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은 누가 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오 씨는 이어 “우리는 지난해 오바마라는 흑인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 됐다는 소리를 듣고 그 때부터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일하는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 씨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이 이명박을 앞세워 호시탐탐 우리를 먹자고 덤빈다’고 교양하기에 그저 오바마라는 사람이 또 시끄럽게 노는구나 하고 생각해왔다”며 “대통령에 당선된 지 몇 달이나 지났는데 왜 이제야 일을 시작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반세기 넘도록 김씨 부자 세습독재만이 존재했던 북한 사회에서는 최고 통수권자를 뽑는 선거나 정권 이양을 경험해본 주민들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거’와 ‘취임식’이 구별되는 외부세계의 정치제도가 북한 주민들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양강도 혜산시에 거주하는 30대 정남수(가명)씨 역시 기자와 통화에서 “오바마가 대통령이 됐다는 것은 우리 3방송(북한의 유선 음성방송) 들어서 벌써 알고 있었다”면서도 “그런데, 취임식을 오늘 개최했다니 참 별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지난해 11월 제44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사흘 만에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짧게 보도한바 있다.

북한은 1954년에 제정된 헌법에 따라 국가 수상을 최고 통수권자로 규정하고 통치 연한을 5년으로 정했다. 그 후 여러 차례 헌법 개정을 통해 최고 통수권자를 국가주석으로 격상시켰고, 김일성 사망이후 1998년에 김정일이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국가주석제도 폐기됐다.

따라서 지금까지 북한 주민들은 최고 통수권자의 정권이양이나 취임식을 직접 목격할 기회가 없었고, 외국의 총리나 대통령의 선거 당선 소식을 접할 때도 당선 다음 날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인식해 왔던 것이다.

기자와 통화한 주민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미 의회의사당 앞 광장에 200만명의 군중이 운집했으며, 전세계 10억명 이상이 TV를 통해 이 장면을 지켜봤다는 소식에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김정일 수령독재가 무너지고 북한 최초의 민주정부가 출범하는 날 평양 시내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북한 인민들이 모이게 될까?

예상외로 오 씨와 정 씨의 대답은 정반대였다.

오 씨는 “지금까지 이렇게 지긋지긋하게 살아왔는데, 백성들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취임한다면 꼭 행사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아직 수도 평양에 가본 적도 없다”도 부끄러워 했다.

정 씨는 반대로 상당히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새로 대통령을 뽑아봐야 그놈이 그놈 아니겠냐”며 “어짜피 자기들끼리 자리를 넘겨주고 넘겨받을 텐데, 내가 뭐하러 내 돈 들여가며 거기(평양)까지 가겠나?”고 말끝을 흐렸다.

지금은 이처럼 선거, 정부, 지도자와 관련된 북한 주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이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그들이 김일성-김정일 수령독재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된다면 민주주의가 주는 보람과 가치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곧장 깨닫게 될 것이다.

미국 역사 200년 만에 첫 ‘흑인 대통령’이 갖는 역사적 의미도 만만치 않지만,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수령독재를 극복하고 북한인민들의 첫 ‘민주 지도자’가 탄생하는 그 현장도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던 오바마 대통령이 다가올 새로운 ‘역사’를 위해 자신의 지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한번쯤 고심했으면 하는 마음은 기자의 욕심일까?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조차 단 한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북한 인민들을 위한 대북정책’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바란다면 정말 기자의 과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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