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서 커지는 클린턴 역할론

전격적인 북한 방문을 통해 억류된 두 여기자 석방을 이끌어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달라진 위상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아내인 힐러리를 돕기 위해 당시 오바마 후보를 상대로 네거티브 선거공세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이기에 두 사람 사이엔 앙금이 적지않게 존재하리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적 명망과 활동력을 갖춘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외교무대에서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조커’와도 같은 존재라는 점이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외교 목표 실현을 도울 수 있는 능력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이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라는 신뢰를 보였으며, 이러한 믿음을 통해 이번 방북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인터넷판이 4일 전했다.

선거 이후 두 사람의 대립과 앙금을 부각시키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실제 대선의 마무리 과정에서 이미 두 사람은 건설적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두 사람 사이에 위기도 있었다. 힐러리의 국무장관 지명과 인준 과정에서 오바마의 정권인수팀이 국무장관 직무 수행의 공정성 담보를 이유로 그의 해외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실사를 벌이면서 양측간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으나 이로 인한 갈등은 해소된 상황이라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외교 문제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의존을 보인 것은 현실적 필요에서도 기인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 부문에서 클린턴 사단의 도움 없이 공화당의 공세에 맞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그러나 결국 외교를 평가하는 잣대는 일상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 `결과’일 수밖에 없다.

여기자 석방을 넘어 핵문제 해결과 평화정착의 실제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대북 유화책은 일단 북한의 기세를 올려주는 측면이 있으나 그로 인한 북한 내부의 예기치 못할 변화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만약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성과를 넘어설 수 있다면 그 성과는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3자 모두가 향유할 것이라고 가디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