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 한미동맹 강화는 물론 북핵과 금융 문제 등 전방위 협력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특히 ‘변화와 희망’을 기치로 내세우며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오바마 당선인의 메시지는 매우 강렬했다.
그는 이날 오전 이 대통령과의 첫 전화통화에서 “양국의 강화된 동맹관계가 아시아 평화와 안정의 초석(cornerstone)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한미 관계가 긴밀하지만 이를 한층 더 강화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21세기 전략적 동맹’을 지향하겠다며 한미관계의 격상을 선언했음을 오바마 당선인도 잘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오바마 당선인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금융위기나 북한문제 등에 대해 양국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자”고 말했다.
미국의 월가에서 촉발된 전세계 금융위기는 물론 한반도 정세와 직결된 북핵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제안인 셈이다.
결국 ’21세기 한미 전략적 동맹’의 내용이 ‘오바마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임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군사동맹을 주축으로 했던 한미관계를 한차원 끌어올려 글로벌 이슈를 함께 논의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하자는 한미 전략동맹은 앞으로도 변함없는 한미관계의 키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전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오바마 당선인과 뜻을 함께 해서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금 세계가 금융위기를 비롯해 에너지, 자원, 환경, 빈곤 등 여러 가지 현안을 안고 있다”면서 “이런 것들도 `국제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오바마 당선인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정서적 접근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과 한국민을 진심으로 존경(admire)한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면서 “앞으로 이 대통령과 함께 일하면서 지혜와 견문을 빌리고 싶고, 개인적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보수 성향의 이 대통령과 진보적인 오바마 당선인간의 ‘코드 불일치’를 우려하고 있지만 오바마 당선인의 ‘배려와 존중’의 자세를 볼 때 두 사람의 우호적인 관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게 외교가의 분위기다.
특히 이 대통령이 오는 15일 워싱턴에서 열릴 G20 다자정상회의 때 오바아 당선인 진영의 외교안보 참모들과의 간담회를 갖는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 오바마 당선인과 직접 만나게 될 경우 정서적 친밀감을 한층 강화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익 앞에 그 무엇도 앞세울 수 없다’는 냉철한 시각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게 외교전문가들의 주문이다.
부시 행정부의 지난 8년간을 해부하고 교훈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모색할 오바마 당선인의 행보를 잘 읽고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민주당의 전통적 정책 흐름이 앞으로 적극적으로 구현될 것이며, 이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와는 다른 다자주의로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진정한 ‘한미 전략동맹’의 격상을 도모하려면 이런 새로운 미국의 정책흐름을 잘 읽고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동아시아의 주력국가인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것이나 북한과의 양자협상에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바마 당선인의 정책 지향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자칫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직접적인 당사국인 한국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한미 관계의 강화와 함께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새로운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관계가 군사동맹을 넘어 글로벌 이슈를 함께 협의하는 포괄적 동맹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게 오바마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보며, 이를 위한 정부의 대비도 착실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특히 오바마 당선인이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등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주문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 정부가 소말리아 해역 함정파병을 결정한 것이나 유엔 총회에서 대북 인권결의안에 한국이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한 것 등도 새로운 미국과의 관계설정을 의식한 행보로 읽혀진다.
일각에서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오바마 당선인이 “한미간 경제안보관계를 위해 동맹을 강화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한 대목을 중시하고 있다.
실제로 국익을 깐깐하게 챙기는 미 민주당의 성향이나 그동안 알려진 오바마 당선인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인식을 감안할 때 경제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이 앞으로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바마 후보는 특히 한미간 불균형 무역분쟁 소지가 있는 자동차 교역과 쇠고기 등과 같은 문제를 한미 FTA 비준과 연계하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다 오바마 시대에는 의회도 민주당이 장악한 만큼 자칫 섣부른 대응으로 미국을 자극하는 행동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따라서 정부 당국도 실질적인 한미 관계의 격상을 위해 글로벌 이슈에 대한 공조는 물론 경제 이슈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토대로 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