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핵폐기가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부시 행정부와는 차원이 다른 대북 압박정책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 ‘미국 신정부 출범과 대북·통일정책 추진 방향’이라는 주제의 통일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미북간 협상에 의해 북핵폐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에서 강력한 압박이 북한 정권에게 가해질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안이한 시각이 아니라 냉철한 판단과 경험을 토대로 대북협상을 추진할 것”이라며 “당근과 채찍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북한 정권에 대해 분명한 선택을 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북한의 합의위반 전력을 잘 알고 있는 오바마 정부는 향후 모든 대북협상에서 ‘검증 가능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북한의 약속 이행 여부를 철저하게 챙길 것”이라면서 “북한의 협상전략이 이미 다 노출된 상태에서 미국의 인내심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했다.
김국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관련, “오바마 행정부의 초당적으로 구성되고 있는 외교·안보팀은 대외정책이 중도노선을 취하게 될 것을 시사하고 있다”며 “당분간 변화보다 지속성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변화는 북한이 핵포기 등의 입장 변화가 선행돼야 가능하다는 분석을 분명히 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은 관여증진, 포괄적 협상론, 상호주의적 거래에 입각해 5단계로 진행될 것”이라고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에 대한 북한의 수용여부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플루토늄 불능화와 에너지 지원 완료→핵폐기 단계에 대한 미북간 합의→검증완료 및 미북간 외교관계 수립→북측의 핵프로그램 해체와 미북정상회담과 국제기구 대북지원→핵물질과 무기에 대한 완전 포기와 평화협정 체결의 단계를 밟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부시 행정부 후반 미국의 대북 접근 추동력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 의회에서 나왔다”면서 “오바마 정부의 탄생은 단지 행정부만의 변화이기 때문에 당분간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포기, 개혁·개방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봤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이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호응하자면, 북한은 핵 포기와 인권개선 그리고 개혁·개방에 대한 결단을 해야 한다”면서 “북 당국은 체제가 안정화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이러한 결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은 내부변화를 긍정적이고 건설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이 아니라 그에 역행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이 변화를 두려워 해 비핵화와 개혁개방에 긍정적인 전략적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에 따른 공세적 대남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핵보유를 전제로 미북관계 개선의 가닥이 잡히면 대남정책을 공세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북한은 남한의 ‘황색바람’을 차단하는 한편 북한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대북지원이나 남북경협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