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원장 서재진)은 5일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미 차기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및 북핵 정책 등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통일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핵 폐기과정에서는 강력한 검증을 추진할 것”이라며 “협상에 의한 북핵 폐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순간 강력한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인권문제에 있어서도 “부시 행정부의 경우 인권 문제가 북핵 문제에 밀려 부차적인 과제가 됐지만,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당의 집권으로 오히려 인권 문제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북미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인권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오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북한의 반응에 대해서는 “마음이 급한 김정일 위원장이 내부안정을 도모하고 후계체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 북미관계 개선을 서두를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북핵 폐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한 북미관계 개선의 길은 요원하다고 관측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정책 전망(전성훈 통일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정책은 먼저 검증 가능하고 완전한 북핵폐기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되 북미 직접대화를 강력하게 추진한다는 것이다. 북한만 호응한다면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에 평양과 워싱턴에 상주 연락사무소가 개설되고, 외무성과 국무부의 장차관급을 대표로 하는 대화채널이 구축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인사 가운데는 클린턴 행정부가 체결한 ‘제네바 기본합의문’이 파기됨으로써 북한에게 더 이상 속아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북한 정권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안이한 시각이 아니라 냉철한 판단과 경험을 토대로 대북협상을 추진할 것이다.
북한의 합의위반 전력을 잘 알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폐기 협상과정에서 강력한 검증 장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가 테러지원국 해제의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약속 받은 검증 관련 합의보다 더 강력한 검증한 추진할 것이다.
또한 북한의 협상전략이 이미 다 노출된 상태에서 미국의 인내심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협상에 의해 북핵 폐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그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강력한 압박이 북한 정권에게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 제1차 북핵위기가 한창이던 1994년 영변 핵시설을 공격하려 했던 빌 클린턴과 2004년 대통령 선거유세에서 협상으로 안되면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천명한 존 케리 후보가 모두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북한인권 정책 전망(김수암 북한인권연구센터 연구위원)
오바마 행정부도 부시 행정부처럼 북한 체제와 최고 통치자의 부도덕성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규정할 것이다. 그렇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체제와 지도자를 대화 상대자로 인정하고, 북한 당국의 인식과 정책변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대북인권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핵검증과 폐기 단계에서 북미관계 정상화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전이 되면 북한인권 문제를 공식 의제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미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정치범수용소, 공개처형 등 인권개선에 대한 가시적 조치와 더불어 양자간 인권대화의 개최를 요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인권정책은 2008년 새로 채택된 ‘북한인권 재승인법안’을 중심으로 구체화되어 나갈 것이다. 또한 국내 법률에 따라 각종 인권 관련 보고서를 통해 북한인권 문제를 공론화해 나갈 것이다. 특히 북한체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종교 자유에 대한 의미 있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관심 대상국으로 지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인권유린 행태와 제재를 연계하는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관계 전망(최진욱 북한연구실 실장)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대내외 정세를 조속히 안정시키고 총체적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수도 있다. 더욱이 김정일의 건강악화를 고려한다면 마음이 급한 김정일 위원장이 내부안정을 도모하고 후계체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 북미관계 개선을 서두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핵폐기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내린다면 북미간 관계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이 핵폐기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오바마 행정부의 적극적인 포용정책은 오히려 북한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의 가장 시급한 목표는 김정일의 건강회복이며 내부결속을 도모하는 것이다. 때문에 적극적인 대외정책보다는 소극적인 대응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내부결속을 위해 적절한 수준의 대외 긴장을 조성하려고 할 것이다.
오바마가 양자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다자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도 북한이 감당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오바마는 중국을 적대시하기 보다는 정치, 경제, 환경, 안보 등 공통의 이익을 위해 중국과 협력할 것임을 천명하며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과거 중국과 미국간의 경쟁관계 속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구실삼아 핵프로그램을 개발해온 북한 정권으로서는 핵개발의 명분을 유지하기가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전망(박형중 남북협력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출범하는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입장을 탐문하는 한편, 무엇보다도 한국 및 일본 정부와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 조율을 시도할 것이다. 한국 및 일본과의 정책 조율이 실패하는 경우 미국의 동북아시아 지도력은 크게 훼손당할 것이다. 또한 민주당 정부의 대북정책 기본 개념이 될 ‘포괄적 협상’이라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협력 없이는 성사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실적인 결과는 한국, 미국, 일본이 대북정책에서 일정한 타협안을 도출하는 것 밖에 없다. 대북정책을 전담하는 고위직 인사를 임명, 미 행정부 내부의 정책 조율과 한국 및 일본 정부와 정책 조율에 힘을 쏟을 것이다. 아울러 가능하면 한-미-일 삼각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을 부활시키고자 할 것이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당국이 미국과 독자적인 타결을 통해 한국을 곤란에 빠뜨리는 상황을 결코 허용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은 북한과 밀도 높은 직접 협상을 추진하겠지만 한국과 일본의 이익을 반영할 것이며, 어느 시점에서 북한이 한국 및 일본과도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제를 제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